[건강한 인생] 낙엽따라 우수수…'毛情의 세월'

앞머리가 약간 벗겨진 40대 초반의 직장인 L씨는 요즘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고민이다. 가뜩이나 숱이 없어 걱정인데 그나마 남아 있는 머리카락 마저 우수수 빠지고 있기때문이다. L씨처럼 최근 탈모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날이 쌀쌀해진 요즘은 탈모증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시기다. 이 맘때면 탈모의 원인인 남성 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면서 다른 때보다도 머리카락이 더 빠지게 마련이다. 탈모는 사회 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걱정하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 탈모가 더 심해지기도 한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빠지는 머리카락을 아쉬워 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탈모에 대처해야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탈모 증상과 예방 및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모발은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의 과정을 반복한다. 성장기는 3∼5년 동안 모발이 길게 자라는 '길이 성장'을 하는 시기다. 성장기가 끝난 모발은 길이 성장을 멈추고 약 3주간의 퇴행기를 거친 후 휴지기에 접어든다. 손으로 잡아당겼을 때 통증없이 뽑히면 휴지기의 머리카락이다. 정상인의 경우 머리카락의 10%가 휴지기에 속하며 3개월에 걸쳐 빠진다. 하루 50∼80개 정도 머리카락이 빠지는 건 정상이며 하루에 1백개 이상 빠지면 일단 탈모증을 의심해야 한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주된 원인으로는 유전, 노화, 남성 호르몬의 일종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과잉분비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스트레스, 영양 상태, 계절과 기후, 샴푸 남용, 항암제 등의 약물 복용, 내분비 계통의 다른 질병 등도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중에서도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영양분이 혈액을 통해 두피와 머리카락에 공급하는 걸 방해해 탈모로 이어진다. 보통의 경우 날씨가 더울 때 피부가 늘어나 털뿌리의 죄임새가 풀어지면서 탈모가 발생한다. 그런데 날씨가 쌀쌀해진 요즘에 탈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원인은 바로 남성 호르몬 분비량 증가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 DHT는 모발이 자라는 기간을 단축시키고 모낭의 크기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DHT가 늘어나면 하루에 정상적으로 빠지는 머리카락 보다 20∼40가닥이 더 빠진다. 탈모증이 없던 사람도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 유전적인 탈모가 아닌 이같은 계절적 탈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두피 건조 및 각질을 일으켜 탈모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으므로 두피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탈모증 가운데 가장 흔한 형태가 남성형 탈모증과 원형 탈모증이다. 흔히 대머리라고 불리는 남성형 탈모증은 나이가 들면서 모발이 빠지는 질환이다. 보통 가족 가운데 남성형 탈모증 환자가 있는 남성의 경우 초기에는 머리 앞쪽과 정수리의 모발이 가늘어지다가 탈모가 진행되면서 이마선이 뒤로 밀리면서 이마가 넓어지고 정수리에도 탈모가 발생한다. 탈모 속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며, 머리 뒤쪽과 옆쪽의 모발은 빠지지 않는다. 원형 탈모증은 자각증상 없이 원형 모양의 탈모가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이다.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탈모 부위는 점차 커지거나 여러 개가 동시에 발생하며 합쳐질 수도 있다. 탈모가 진행중일 때 탈모 부위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아당기면 대개 모발이 쉽게 빠진다. 원형 탈모증의 경과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데다 재발도 잘 된다. 탈모 치료는 유형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게 약물치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탈모치료제는 바르는 약 '미녹시딜'과 먹는 약 '프로페시아'가 있다. 미녹시딜은 혈관을 이완시켜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약으로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 발라야 효과가 있다. 프로페시아는 탈모원인인 DHT의 수치를 낮춰 증상을 호전시킨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용하면 성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의사의 정확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약물 치료는 비교적 젊은 층에게 도움이 된다. 모근이 건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모가 상당부분 진행된 중년 이상이나 장기간에 걸친 약물치료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건강한 머리카락을 이식하는 자가 모발이식술을 고려해 볼만 하다. 보통 1회에 1천∼1천5백 가닥씩 시술한다. [ 도움말=이동윤 성균관대 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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