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을 하되 모래성은 쌓지 않는다’ .. 보광 훼미리마트 성공비결

박재구 보광훼미리마트(주) 강남부문 부문장(부장ㆍ46)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개점(10월24일)을 하루 앞둔 논현 한미점(서울 논현동 소재)에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는 그의 입장에서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넘길 수가 없다. 더군다나 이 논현 한미점은 훼미리마트의 2000호점이 아닌가. 10여년간 점포개발을 담당해 온 그로서도 ‘역사적인 날’인 셈이다. 실제로 2000호점 개점은 국내 유통사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선은 소매, 외식업계를 통 털어 처음이다. 비비큐(1500호점), 롯데리아(900호점)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또 편의점업계에서 훼미리마트, LG25(1,500여개점), 세븐일레븐(1,300여개점) 등 ‘빅3’ 업체가 벌인 치열한 경쟁은 유통업계의 ‘대단한’ 화젯거리였다. 이 와중에 1, 2위 업체간 격차가 100호점 이상 벌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업계 일각에서는 ‘훼미리마트가 지나치게 외형성장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를 제기한다. 물론 이런 염려에 대해 훼미리마트 관계자들은 펄쩍 뛴다. 전통적으로 창립 때부터 성장과 내실의 균형을 고집해 왔다는 것이다. 올해 520개(10월24일 현재)를 개점할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점포수를 늘려가고 있지만 폐점률은 3.1%에 불과할 정도로 ‘내실 있는 고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다. ‘고성장’과 ‘내실’이라는 다소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보광훼미리마트의 경영노하우는 뭘까. 노하우1. ‘성장’과 ‘내실’을 저울에 달아 보라 훼미리마트의 가맹점이 늘어나는 속도는 무척 빠르다. 지난해(527개)에 이어 올해는 820개 정도의 점포가 훼미리마트 간판을 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루에 2.25개가 늘어나는 꼴이다. 이 정도면 너무 빠른 것이 아닐까. 하지만 훼미리마트 관계자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순수가맹점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점포수가 크게 늘어나더라도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순수가맹점은 오광렬 사장이 창립 초기부터 밀어붙인 점포 형태로 점포임대료 등 주요비용을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경우다. 반면 위탁가맹점은 회사측이 부담한다. 따라서 순수가맹점의 경우 회사 부담이 훨씬 적다. 이러다 보니 가맹점주들의 투자도 신중해진다. 구성옥 경영지원실장은 “가맹점주들이 적잖은 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한다”고 말했다. 부실한 입지에는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올 9월 말 현재 훼미리마트의 순수가맹 비율은 82.1%로 경쟁사인 세븐일레븐(12.6%), LG25(64%)보다 월등히 높다. 경영실적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7,200억원 매출(전점포 총매출)에 186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올해는 매출 1조원에 350억원의 경상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점포당 일일 매출액을 내실을 따지는 중요 지표로 본다. 삼성물산 유통부문 사장 등을 거친 편의점전문가인 오쿠보 다카시 다이아몬드컨설팅 회장은 “일일 매출액 150만원이 손익분기점”이라고 말했다. 훼미리마트의 점포당 평균 하루매출액은 190만~2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내실’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폐점비율도 따져봐야 한다. 폐점비율이 높으면 이는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일단 훼미리마트는 양호한 편에 속한다. 지난 99년 6.1%의 폐점률이 올 9월 말 3.1%로 절반 이상 낮아졌다. 이상수 운영총괄 전무는 “무리한 확장은 절대 안한다. 폐점률이 이를 말해주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노하우2. 다윗처럼 생각하라 세븐일레븐은 지난 2000년부터 과감한 공격경영에 나섰다. 지난 99년 249개에 불과했던 점포수도 2002년 1,000개를 넘어섰다. 당시 일본에서 영입한 혼다 전무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1만개 이상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당연히 경쟁사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훼미리마트 또한 임원회의가 열리는 등 적잖은 동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면대결은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롯데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는 세븐일레븐에 ‘맞짱’을 뜨기에는 체격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그랬다. 경쟁사들이 대다수가 굴지의 그룹 계열사였기에 보광그룹에 속해있던 훼미리마트 입장에서는 차별화 전략을 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립 초기부터 ‘다윗처럼 생각하라’는 것이 경영진의 요구였다. 이러다 보니 결국 점주의 이익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하지 않을 수 없었다. 98년부터 인테리어 및 집기투자 비용을 60개월 무이자 할부로 대출해준 것도 이런 전략에서 나왔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올 3월부터는 아예 본사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도 있었지만, 위탁가맹보다 좋은 구조를 만드는 것은 물론 점수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회사가 사는 길이라는 판단에 따라 밀어붙인 것이다. 또 회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입지 전략도 차별화를 꾀했다. 눈에 잘 띄는 대로변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료가 적게 들면서도 적정한 수입을 낼 수 있는 병원, 해변가, 빌딩 내 틈새입지를 찾아다녔다. 그 결과 “순수가맹점의 점주 수입은 월 500만원 정도”라는 것이 이건준 영업기획팀 부장의 설명이다. 노하우3. 미래를 선점하라 국내 편의점업계의 비전은 거의 동일하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생활서비스를 제공, 지역밀착형 유통업체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빅3’ 업체들이 점포수를 늘려 전국 읍ㆍ면ㆍ동까지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훼미리마트도 마찬가지다. ‘우리 생활에 모든 것이 있는 리빙 스테이션(Living Statio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런 측면에서 훼미리마트가 경쟁사를 500개 이상 차이로 따돌리며 2000호점을 개설한 것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는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일찍부터 ‘전국 네트워크화’에 주력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훼미리마트는 9월 말 현재 전국 16개 광역단체는 물론 200여개 주요 시ㆍ군에 빠짐없이 진출했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에 모두 진출한 것은 훼미리마트가 유일하다. 이는 일찍부터 ‘미래를 선점하라’는 전략에 충실했던 결과이다. q 권오준 기자 jun@kbizweek.com “한번 맺은 인연 끝까지 간다” 보광훼미리마트의 기업문화는 한마디로 ‘신뢰’로 대변된다. 오광렬 사장(59·사진)은 늘 “임직원간, 본사와 점주 및 협력업체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러다 보니 기업 내에서 ‘어려울 때 고생한 사람은 끝까지 간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게 오사장을 비롯해 5명의 임원이 모두 10년 이상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이다. 오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89년 1월 합류했다. 이상수 운영 총괄 전무(51)는 신세계 출신으로 90년 2월 발을 담았다. 영업, 점포개발, 기획 등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전무는 뚝심이 있고, 조직관리 노하우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진석 상품본부장(상무ㆍ49)은 한화유통 출신으로 90년 3월 합류했다. 구성옥 경영지원실장(상무ㆍ47)은 제일모직 출신으로 92년 10월 입사했다. 이진구 정보시스템실 상무(50) 역시 90년 3월에 들어온 창립멤버다. 이밖에 12명의 부장들도 대부분 10년 이상 한솥밥을 먹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10년 이상 손발을 맞춰왔기에 끈끈한 연대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의 경조사가 있으면 지역이 어디건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거의 대다수 가는 것도 훼미리마트의 전통이다. 창립 이후 인력을 감원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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