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자금 어디로 흘러갔나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이 현대로부터 거액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면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의 흐름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는 이 자금이 2000년 총선 즈음에 건네진 것으로 알려져 선거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총선 때 주요 당직을 맡은 인사들의 면면과 선거자금이 집중 투입될 수밖에 없었던 `격전지'가 어디였는지를 파악해보면 돈의 흐름을 어렴풋이나마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권씨를 경유해 민주당으로 거액의 비자금이 유입됐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동교동계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자금 관리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당시 상임고문이었던 권씨를 비롯, 사무총장에 김옥두(金玉斗), 총재특보단장에 정균환(鄭均桓), 기조위원장에 최재승(崔在昇), 조직위원장에 윤철상(尹鐵相) 의원 등 1.2세대 동교동계로 짜여져 있었다. 그러나 동교동계 의원들은 `자금 유입설'에 대해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이같은 가정 자체를 불쾌해 하고 있다. 김옥두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어떠한 문제가 되는 돈이 들어온 적이 없다"면서 "민주당, 특히 동교동에 대해 많은 중상모략이 있지만 정말로 깨끗하게 정치를 했다"고 비자금 조성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정균환(鄭均桓) 의원도 "권 고문을 통해 당에 유입됐다는 총선자금은 당 차원에서 존재하지 않았으며 개인적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권씨가 체포되자 동교동계 일각에서 즉각 "총선자금이 들어왔다면 개혁파라는 신주류, 특히 386으로 집중되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하고 나선 점은 `물귀신작전' 여부를 떠나 돈의 행방과 관련해 여러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동교동계 출신인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이 지난해 1월 펴낸 `우리는 산을 옮기려 했다'는 자전 수필집은 권씨의 총선 전후 `수혜자'들을 구체적으로 언급,`권노갑 리스트'의 윤곽을 드러내는 단서로 활용될지 주목된다. 수필집에선 "개혁파의 리더를 자임했던 C 의원이 공천과정에서부터 권씨의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을 받았고, `바른정치모임' 소속의 C, S, C, C 의원 등 젊은 정치 신인들에게 별도의 사무실을 내주고 운영비를 지원한 사람도 권 고문이었다"고 적고 있다. 또 수도권 C 의원 역시 최고위원 출마 의사 표명시 권씨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김 최고위원은 썼다. 아울러 김옥두 의원도 지난 2001년 5월 정동영(鄭東泳) 의원을 중심으로 정풍바람이 불 당시 쇄신파 의원들을 비난하면서 "휴대폰 하나 달랑 들고온 사람들에게 공천 주고 돈 주고 해서 당선시켰다"며 소장개혁파에 대한 당 수뇌부 차원의 집중 지원이 있었음을 시사한 적도 있다. 이들 외에 16대 총선의 격전지로 꼽혔던 수도권 및 경북, 부산 지역과 한나라당 `저격수' 격추를 위해 맞불을 놓은 `전략지'에도 상당한 자금이 들어갔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PK(부산.경남)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의 경우 권씨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아 쓴 뒤 1억여원의 잔금을 돌려줬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소장파 의원은 "당시 선거자금은 후보자 기탁금과 정당활동 비용 등으로 통장으로 지급됐고 선관위에 보고했다"며 비자금 수수설을 일축한뒤, 386 집중 지원설에 대해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고, 총선을 전후해 권고문을 한번도 뵌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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