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비하' 글 누가 썼을까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A여대 통일총학생회' 명의의 서해교전 군인 '비하' 글을 도대체 누가 썼는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북의 힘없는 동포들을 무참히 살해한 해군이란 이름의 악마여'라는 제목의 이 글은 이른바 운동권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스스로 '좌파'라고 자부하는 전국학생회협의회(전학협)에 소속된 대표적 학생회인 A여대 총학생회 입장에서는 도저히 주장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족해방(NL)파로 분류되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과 구별되는 전학협은'통일 총학생회'라는 말을 잘 쓰지도 않을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통일' 대신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2개의 국가가 (존재해) 있음을 인정하고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 뒤 두 국가 간에 수교를 맺어야 한다는 것. 이 같은 논리는 북한 정권이나 NL 계열이 주장하는 '1국가 2체제 연방제 통일론'등과 전혀 다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흔히 운동권이라고 하면 '북한 정권 추종'을 떠올리지만 전학협이나 '반(反)자본주의 반(反)조선노동당'을 내걸어 논란을 자아낸 사회당 등 이른바 '좌파'의 경우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글을 이른바 'NL 주체사상파'의 공식적인 글로 보기도 어렵다. 왜냐면 NL 주사파는 보통 북한 정권의 외교적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지 않는데 북한은 이미 서해교전 직후인 지난해 7월25일 전화통지문을 통해 이 사건을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 사건'으로 규정하며 유감, 즉 사실상의 사과를 남측에 표명했기 때문. 이후 북측의 남북회담 관계자들은 "해당 부대의 우발적인 공격"이라며 남북 대화.협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NL 주사파 또한 비슷한 입장이다. 따라서 '참수리 276'씨의 홈페이지를 해킹한 글은 운동권 내의 NL 주사파와 좌파의 노선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운동권은 모두 북한 정권 추종 세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현재 NL 주사파의 입장이 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채 '주사파를 흉내내는 사람'이 쓴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A여대 총학생회'가 이 글을 작성했다고 단정한 사람들이 'A여대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여성 비하성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사건 이후 이 홈페이지에는 이들을 '철없는 암탉'으로 부르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김정일의 기쁨조나 해라',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장병들이 악마라면, 김정일을 추종하는 그대들이야말로 마녀들이 아니냐'는 등 여성을 비하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정성호 기자 chungwon@yna.co.kr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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