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간 적정책값 공방

소매서점 연합체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한국서련. 이창연 회장)가 참고서를 위시로 각종 도서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며 이른바 '책값 거품빼기 서명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소매서점과 온라인서점, 출판사간 '책값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서련이 내놓은 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1월6일자 발표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도서정가는 평균 1만1천948원으로 1년 전 1만351원에 비해 15.4% 상승,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 2.7%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습 참고서의 평균가격은 2만9천666원으로 88.8%가 올랐으며 어학 1만3천449원(25%), 철학 1만3천992원(14%), 예술 1만6천902원(8.6%), 사회과학 1만9천542원(6.2%) 등 순으로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서련 이창연 회장은 "해마다 대폭 오르는 책값은 온라인서점의 할인경쟁으로 출판사들이 도서를 납품할 때 할인율을 감안, 일찌감치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결과"라며 "할인경쟁이 겉으로는 독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 같지만 결국은 독자에게 부담을 주는 만큼 '책값 거품빼기 운동'을 다각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서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 측은 책값을 안정화시키려는 움직임에는 긍정하면서도 "국내 시장의 10%만을 점유할 뿐인 온라인서점이 전체시장의 가격인상을 주도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반박논리를 내세웠다. 주세훈 마케팅 팀장은 "인터넷 서점이 할인을 전제로 출판사에 대해 도서가격인상을 유도했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책값 인상은 고급 양장본 선호 등 국내 소비패턴의 고급화와 가격 차별화 전략의 부재같은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인터넷 서점들은 도서 정가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마일리지적립, 경품 등의 방법으로 최대 40%까지 무리하게 책값을 할인해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안정적인 도서가격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준다는 도서 정가제의 입법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과다 경쟁으로 인한 가격거품을 제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온-오프라인 서점간의 이 대립은 전반적인 책시장의 불황 속에 도서 정가제 시행 이후 매출이 크게 줄어든 인터넷 서점업계의 위기의식과 온라인 서점 및 대형서점의 신장세로 인해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소매서점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표면화됐다. 인터넷 서점측은 무료배송과 할인을 통해 구매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새로운 도서시장을 창출했다는 주장인 반면 소매서점들은 파격할인을 무기로 한 온라인 업계의 무차별공세로 소형 서점들이 도산하는 등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만이 판치게 됐다는 입장. 여기에 더해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공급자 우위'에 있는 특정 학습지 출판사들이 종이질과 양장의 고급화 등으로 가격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수험교재의 전반적인 가격향상을 이끈 것은 기름에 불을 끼얹은 격으로 온-오프라인 서점간 싸움을 격화시켰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도서 가격은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이 좁은 학습교재처럼 특별한 경우에 한해 적정가격을 책정하라는 의견을 업계에 제시하는 정도. 특히 특정도서의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나 전체적인 가격인상률은 그다지 높지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문화관광부는 지난달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학습자료협회측에 회원출판사들의 도서 정가를 적정 가격으로 낮추도록 권고해주도록 요청했고, 학습자료협회는 다음 학기부터 학습지 가격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지만 내부 반론이 만만치않은 상황. 학습자료협회 정삼영 국장은 "가격동결 결정은 업계 차원의 자정노력의 일환이란 명목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일부 학습지의 가격인상을 전체 가격동결로 해결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과 종이값상승 등을 고려한 보다 합리적인 가격책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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