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한 달러' 정책 포기하나..스노 재무 "달러 약세가 수출에 도움"

미국의 통화정책이 '강한 달러'에서 '약한 달러'로 기울고 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11일 "강한 달러를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면서도 전례없이 "더 약한 달러가 수출에는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스노 재무장관의 발언을 미국의 통화정책이 '강한 달러 일변도'에서 '약한 달러 수용'으로 바뀌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달러약세를 통해 '수출확대-무역적자축소-경제성장' 및 '디플레예방'이란 두 가지 효과를 얻겠다는 게 미국의 전략이란 것이다. ◆약한 달러를 용인하는 미국=스노 재무장관은 이날 미 방송사 두 곳에 잇따라 출연,달러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폭스방송의 '폭스뉴스 선데이'프로그램에서는 "강한 달러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BC방송의 '디스 위크(이번 주)'에 출연해서는 "달러 약세로 수출이 늘고 있으며 약한 달러가 수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작년 말 폴 오닐 후임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재무장관이 된 그는 그동안 전임자들 처럼 공식석상에서 강한 달러정책을 지지한다는 발언만 해왔다. 외환 전문가들은 '약한 달러가 수출에 이롭다'는 그의 발언을 미 통화정책의 일대 전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노무라신탁은행의 외환매니저 나가야 쇼고는 "스노 장관의 발언은 미 정부가 달러 약세를 용인한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날 달러화가 추가 하락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의 반영이다. 이에 대해 미조구치 젬베이 일본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도 12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감안할 때 엔화가 강세를 보일 이유가 없다"며 "필요시 시장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 달러정책의 공식포기는 없을 듯=미국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분명하지만 1995년부터 취해온 강한 달러정책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연간 3천억~4천억달러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강한 달러정책 덕분이기 때문이다. 호주 CBA은행의 수석 외환분석가 알렉스 슈만은 "미 경제가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할 경우 주가폭락 등의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미 정부는 강한 달러정책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달러 약세를 용인하거나 방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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