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장기전 우려속 업종따라 '희비'

당초 단기전으로 예상됐던 이라크전이 이라크의 항전으로 장기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전쟁에 대한 우려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유학업계 등이 타격을 받는 반면 전쟁관련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등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여행업계 '제2의 IMF' = 괴질에 이어 이라크전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여행업계는 지난 IMF 시기에 필적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예년같으면 결혼성수기를 맞아 허니문 특수를 누리고 있을 시기에 테러.폭동 위험 등을 우려해 해외여행 취소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M여행사의 경우 이라크전과 동남아지역의 괴질 이후 해외여행 예약객 중 80%가취소했다. 비즈니스 및 신혼여행을 제외한 순수한 해외 관광객 수요는 거의 없는 실정. 또 홍콩, 중국 등 동남아 지역 신혼여행객도 60∼70%가 이미 예약을 취소하고,제주도 등 국내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매출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0∼40% 정도가 감소했지만 여행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뚜렷한 자구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지난 IMF때처럼 여행사의 30∼40%가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최근 영국을 거쳐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경유하는 서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던 박모(38)씨는 "이라크전에 영국이 참전하면서 반영 감정이 일어 혹시 테러가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여행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결혼, 괌으로 신혼여행을 가려다가 취소하고 제주도로 변경한 이모(26.여.회사원)씨는 "비행기테러 가능성도 있는데다 괌이 미국령이라 더욱 신경이 쓰였다"며 "평생 한번 있는 신혼여행이지만 동남아는 예전에 많이 가봤기 때문에 제주도로 가도 별로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해외유학도 혼란 = 급변하는 전황에 따라 환율이 등락을 거듭하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계속되자 유학원과 은행 환전창구에는 유학생들을 위한 적절한 송금시기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아예 불안이 가라앉을 때까지 유학시기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 그린유학원 직원 신모(38.여)씨는 "전쟁으로 환율이 하루 수차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송금시기를 상담하는 전화가 하루에 10여통씩 온다"며 "환율이불안정해 미국 등으로 유학계획을 세우며 상담을 받던 학생들은 출국시기를 미루거나 국내대학원 편입 등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종로지점 환전창구에 근무하는 김모(36.여)씨는 "전쟁이후 자녀의 송금시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평소 하루 5통에서 10통 정도로 급속히 늘었다"며 "이들은 상황변화에 매우 민감해 인터넷상 환율조회를 한 후에도 은행마다 환율을 비교하며 꼬치꼬치 질문을 던져 긴장된다"고 말했다. ◇전쟁물자 업체 특수 = 여행.유학업계 등이 전쟁으로 울상인 반면 방독면 등전쟁관련 물자 생산업체들은 전쟁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며 나쁘지 않은 표정이다. 삼공물산 등 방독면 생산업체는 전쟁이후 방독면 구입여부와 사용법 등을 묻는문의전화가 크게 늘어났다. 이 회사 신모(22.여)씨는 "최근 매출이 큰 폭은 아니지만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며 방독면의 기능이나 사용법을 묻는 문의전화도 상당히 많아졌다"며 "평소에는방독면에 관심들이 없었는데 전쟁을 계기로 관심이 부쩍 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독면 판매업체인 내일기업 박모(35) 팀장은 "전쟁 이후 두배에서 5배이상 주문이 늘었다"고 말했다. ◇'세녹스' 불티나 = 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뛰면서 산자부가 사실상 생산을 불법화한 유사휘발유 '세녹스'도 싼 가격을 무기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서울시내 세녹스 판매점들에 따르면 개전이후 세녹스를 사가려는 문의전화가 60∼70% 이상 늘었으며, 실제 찾는 손님들도 부쩍 늘어 공급이 딸리는 형편이다. 서울 구로의 한 판매점 직원은 "이틀전부터 물량이 딸려 본사에서 아예 공급이안되고 있다"며 "물량이 보통 낮 12시께 도착하는데 도착하자마자 미리 문의전화를한 고객들이 몰려와 한 30분이면 동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 앙등에도 불구하고 각 주유소 등지에서 기름 사재기 등의 현상은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쟁서적 인기 = 시내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도 전쟁과 관련된 서적을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서점들은 전쟁관련 특설코너를 만들어 고객들을 끌고 있다. 서울 강남 영풍문고는 한편에 '세계인의 목소리 -전쟁에 반대한다'는 팻말을 세우고 전쟁관련 서적코너를 마련했으며 교보문고와 종로 영풍문고 등에도 전쟁관련코너가 가장 분주한 모습이다. 영풍문고에서는 리처드 오버리의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이 인문분야 베스트셀러 4위에 진입했다. 이 서점 권모(25.여)씨는 "3월초부터 전쟁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더니 개전이후 전쟁 또는 반전과 관련된 책을 찾는 고객이 확연히 늘었다"며 "특히 밥 우드워드의 '부시는 전쟁중'에 대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김상희.이율 기자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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