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 항공사들 이라크 전쟁위기 대책 부심

이라크 전쟁 위기로 이집트항공을 비롯한 중동 항공사들이 운항 편수 감축과 우회 노선 이용 등 비상대책 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집트 국적 항공사인 이집트항공의 아흐메드 엘 나디 회장은 9일 유럽과 극동지역에서 이집트를 방문하려는 고객들의 예약 취소 건수가 급증했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항공산업 관련 회의에 참석한뒤 기자회견에서 "중동 지역에서 장차 무슨일이 벌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 이집트항공도 매일 예약변동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디 회장은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이 단행되더라도 운항을 중단하지 않기위해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항공은 비상대책의 일환으로 운항편수 감축과 위험지역 상공을 피한 우회노선 이용,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일부 역내 노선 재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나디 회장은 특히 이집트항공의 경우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전쟁이 벌어질 경우 역내 항공사들 가운데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쟁 지속 기간에 손실 규모가 좌우될 것"이라면서 전쟁 발발시 이집트 항공은 20% 이상의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집트 관광청의 아델 압델 아지즈 청장은 9.11 테러사건 이후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던 관광산업이 지난해 33억달러의 외화수입을 올리면서 회복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이집트를 찾는 관광객의 80%가 항공기를 이용하고 있는것으로 조사됐다. 이라크 전쟁 불똥은 이집트항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석유수출 의존도가 높지않은 역내 국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쿠웨이트항공(KAC)과걸프항공 등 역내 다른 항공사들도 전쟁이 벌어질 경우 운항을 계속하기 위해 위험도가 낮은 지역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KAC는 이라크 전쟁 발발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샤르자 노선을 포기할 방침이다. 또 걸프항공도 바레인의 마나마행 운항을 중단하고 오만의 무스카트나 UAE수도 아부다비로 노선을 변경할 계획이다. 사우디 항공산업 관계자도 상황에 따라비상대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당국은 지난 8일 이라크 접경 아라르 공항의 민간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반정부 단체들은 이 공항이 이라크 공격에 가담하는 미 공군기들의 발진기지로 사용될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사우디 당국은 이라크 난민을 지원하는 인도적 목적에 이용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집트 항공업계는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이집트 영공이 군사작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걸프 지역 항공사들이 위험지역인 이라크와 이란, 시리아 영공을 피해 유럽 항로로 노선을 바꾸면서 이집트 영공을 통과하는 항공기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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