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참여정부와 新산업

뭔가 독자적으로 해보려고 하면 그만큼 견제도 심해지는 것일까. 최근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둘러싼 미국기업과 정부의 노골적인 압력은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든다. 무선인터넷 분야는 우리가 세계시장을 한번 주도해 볼만하다고 해서 그 핵심분야인 플랫폼의 표준(WIPI)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그러자니 당장 미국의 퀄컴은 WTO 협정상 불공정한 기술규제라고 반발하고 있고,또 미국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자사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퀄컴의 주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2003년 무역정책의제 및 연례보고서'에 그대로 반영,한ㆍ미간 핵심 통상현안의 하나로 떠올랐다. 썬 또한 '스페셜 301조'에 근거해 한국을 지식재산권 '우선감시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USTR에 제출,이 역시 모니터링 대상으로 부상했다. 이것이 말이 되는건지 여기서 일일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같다. 퀄컴이 노리는 것이 자사 플랫폼의 표준채택이고,썬 또한 한국의 의도대로 가더라도 자산들의 몫은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라면 일단 '걸어놓고 보자'는 전략일테니 말이다. 이래저래 미국의 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형국이다. 기술과 통상을 연계시키는 미국식 기업-정부 합동전략을 다시 확인하면서,'먹고사는 문제'가 갈수록 간단치 않다는 느낌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신임각료 청와대 수석 및 보좌관들과 가진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지난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가 몇년간 잘 살 밑천을 만들어 놨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문민정부의 CDMA,국민의 정부의 IT기반을 그 예로 들면서 참여정부도 앞으로 5∼10년동안 '먹을거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도 했다. 하기 어려운 전정권에 대한 호평(?)이란 점에서 신선하기도 하지만 평가대로 CDMA나 IT기반이 과연 이들 정권의 공(功)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그런 기반과 자원이 어디서 마련됐는지를 생각하면 전혀 다른 평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를 먹여살리는 주력수출 상품들,자동차 석유화학 조선은 물론이고 반도체 휴대폰등의 씨앗은 훨씬 전에 뿌려졌고 단지 진화한 데 불과하다면 지난 10년,어쩌면 지난 20여년간의 정권들은 '무임승차'를 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의 무임승차는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따라잡기'가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는 뭔가 '리드하는 것'을 찾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그럴 경우 선진국의 견제는 '따라잡기'때와 비교도 안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참여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정부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굳이 제시하지 못해도 좋다. 다만 기업들이 이 문제에 전념해 답을 찾을 수 있도록만 해줘도 최대의 업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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