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벤처 新메카로 뜬다 .. 테헤란로 벤처들 구로行 '엑소더스'

'테헤란로에서 구로로'. 비싼 임대료 등으로 서울 테헤란밸리에서 빠져나온 벤처기업들중 상당수가 구로로 향하고 있다. 이에따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이 제조벤처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인근지역에서는 토요일마다 이삿짐을 옮기는 벤처기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토요일인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구로공단역과 대림역을 잇는 대로변에 우뚝 서 있는 우림e-BIZ센터 빌딩에서도 정보기술(IT) 분야 벤처기업인 텔로드시스템의 임직원들과 이삿짐업체 사람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강남에서 구로로 옮겨온 것이다. 텔로드시스템은 이 벤처빌딩의 7층을 10억원 정도에 분양받았다. 정재환 텔로드시스템 전무는 "작년 분양계약 때만해도 이곳은 평당 3백만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평당 5백5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며 웃음지었다. ◆강남 임대료만으로 구로에선 분양가능=구로에는 벤처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불경기인데도 여러 지역에서 옮겨오는 벤처기업들 덕분에 분양이 쉽게 이뤄지고 있다. 구로의 부동산중개업자는 "강남 지역의 임대료만으로도 이곳에선 분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 제조업체인 성진C&C는 작년말 구로로 왔다. 공장과 사무실을 통합하기 위해 구로내 SK트윈타워에 자리를 잡았다. 이 회사 관리팀장은 "이전 강남지역 건물에서는 7개층을 썼지만 이곳에서는 넓은 1개층(1천2백평)만으로도 공장과 사무실을 연결해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게실과 연구실 공간도 예전에 비해 늘어났다. 구로로 온 뒤 사내 의사소통이 빨라졌고 임대료도 절감돼 연간 8억원 정도의 경비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성진C&C는 예상하고 있다. 웹에이전시인 애드캡슐도 작년말 테헤란밸리에서 구로의 대륭테크노타운으로 이전했다. 정희연 애드캡슐 대표는 "임대비가 낮고 전기 가스 등을 저렴하게 쓸 수 있어 비용이 테헤란로 시절의 3분의 1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제조업벤처들의 구로행=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금년 1월말을 기준으로 강남의 역삼동 대치동 삼성동 논현동 등을 포함하는 테헤란로 일대의 제조업종 벤처기업수는 1백90여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1월말 4백개사와 비교하면 1년새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반대로 구로의 벤처기업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초 1백80개에서 2월 하순에는 약 2백50개에 이르고 있다. 테헤란로에서 문을 닫은 기업 등을 감안할 때 이전 업체 중 상당수가 구로로 옮겨온 셈이다. 또 아파트형공장이 대거 들어서고 있어 제조벤처기업이 2년 내 1천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일대 아파트형 공장은 현재 13개이지만 2년 후 34개로 불어나게 된다. 벤처기업이 몰려 오면서 이 지역은 과거의 '구로공단'이 아닌 명실상부한 '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이곳으로 오는 기업들은 대부분 컴퓨터장비와 DVR 등 첨단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테헤란로에서 구로로의 엑소더스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교통악화 등은 문제점=구로에 벤처기업들이 몰리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교통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옛 구로공단의 이미지 때문에 우수인력이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도 있다. 애드캡슐의 정희연 대표는 "취업희망자들이 여전히 '구로공단'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이 지역 벤처기업 취업을 꺼리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로의 경우 테헤란로 등과 비교해 부품공급 정보교류 완제품판매 등 여러가지 경영측면에서 장점이 많아 벤처인들의 구로행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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