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대선 '좌파' 룰라 압승
입력
수정
27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중도좌파인 브라질 노동당(PT)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실바(56) 후보가 집권 연립여당중 하나인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의 조제 세하(60)후보에게 압승을 거두면서 임기 4년의 새 대통령에 당선했다.
개표작업이 98% 가량 진행된 가운데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이 이날 밤 발표한 중간개표 결과에 따르면 `룰라' 후보는 전체 유효투표수의 61.5%, 세하 후보는 38.5%를 각각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룰라 후보는 나머지 개표결과에 관계없이 당선을 확정, 내년 1월 취임을 앞두게 됐다.
룰라 후보는 5천200여만표를 득표함으로써 페르난도 엥히키 카르도주 현 대통령이 지난 1998년 대선 당시 수립한 최다득표 기록(3천500여만표)도 갈아치웠다.
룰라 후보는 당선 확정후 발표한 첫 공식 성명을 통해 국제적인 임무를 존중하고 반(反) 인플레이션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약속을 재차 피력했다.
룰라 후보는 상파울루 중심가에 마련된 거대한 연단에 올라 "평화의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이 미주 대륙에서 브라질이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수만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하루 24시간일을 해 선거운동 기간에 한 약속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면서 경영진을 비롯해 노조운동가들, 일반 시민들 모두 더 올바른 브라질 사회를 건설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말했다.
그는 또 글로보 뉴스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집권할 경우 대외부채에 대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외 투자가들의 우려를 인식한듯 "우리는 지난 6월 발표한 공개서한에서 약속한 사항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룰라 후보는 이 서한에서 브라질의 "계약과 약속"을 존중하고 인플레이션 억제책을 써 나갈 것임을 공언했었다.
그는 또 헤알화 평가절하 현상에 언급, "앞으로는 시장이 안정돼야 한다"면서 "브라질 국민이 하루 3번 식사를 해야하고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음을 시장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룰라 후보는 이어 "나는 시장이 우리가 시장에 보여주게 될 존경심과 같은 정도의 존경심을 갖고 움직이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룰라 후보는 또 "우리는 우리에 대한 모든 편견을 물리쳤다"면서 "이제 대다수의 국민이 일개 금속공장 노동자에게 이 나라를 위해 브라질의 엘리트들이 오랫동안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라고 소회를 피력했다.
세하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면서 룰라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최고의 대통령으로기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룰라 후보도 "당신은 매우 훌륭한 경쟁자였다"고 응답하면서 재정 및 통화안정을 이룩해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글로보뉴스가 전했다.
룰라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룰라 후보의 당선을축하하는 등 외국 정상들의 축하가 잇따랐다.
특히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빗대어 자신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룰라 후보와 `선의 축'을 형성할 것임을 공언, 눈길을 끌었다.
이날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룰라 후보가 63%, 세하 후보가 37% 가량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조사돼 룰라의 당선을 예고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좌파인 룰라 후보는 1986년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1989, 1994, 1998년 등 3차례 연속 대권에 도전했으나 그 때마다 실패했으며, `3전4기'끝에 성공했다.
룰라 후보는 국내외 투자가들과 중산층의 불안을 감안해 페르난도 엥히키 카르도주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공약해 중산층 등 기득권층일부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한편 룰라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대로와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파나 해변 등 주요 도시의 거리로 뛰쳐나와 `룰라'를 외치며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유권자들은 "룰라만이 높은 실업률과 빈부격차, 생계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며 "그가 서민들을 위해 좋은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4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지난 6일 실시된 대선 1차투표에서는 룰라 후보가 46.5%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으나 과반수 득표에 실패, 차점자인 세하 후보와 함께 결선에 진출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 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