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강국 이끄는 CTO] 이현순 <현대차 파워트레인연구소장>

이현순 현대자동차 파워트레인연구소장(52·부사장)은 자동차분야의 대표적 CTO로 꼽힌다. 그는 대학 졸업 후 30년 가까이 자동차 엔진분야만을 파왔다. 지난 73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에는 공군사관학교 교관으로 차량엔진을 강의했다. 이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차량엔진으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다음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GM(제너럴모터스)에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자동차분야의 엘리트코스를 밟아가던 그는 엔진 개발을 추진하던 현대자동차측의 요청으로 귀국하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75년부터 자동차를 개발·판매해왔다. 그러나 핵심기술은 외부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수한 제품을 보다 경쟁력있는 가격에 내놓기 위해 엔진 개발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물로 첫손가락에 꼽힌 사람이 바로 이 부사장이었다. 그는 지난 84년 부장급 연구원으로 현대자동차에 들어갔다. 중앙연구소 엔진설계담당 이사,선행연구실장(상무),울산연구소장(98년),남양연구소장(99년) 등을 거쳐 2000년에 파워트레인연구소장을 맡았다. 그는 입사 후 6년간은 특히 잊을 수 없는 기간이었다고 되돌아 본다. 우수 연구원들을 모았지만 경험 부족으로 엔진연구 실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연산 10만대에 불과한 회사가 엔진을 개발한다는 것을 미더워하지 않은 부품업체가 제품공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애써 생산한 엔진이 시험단계에서 깨져버릴 땐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린 연구원도 많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마침내 지난 91년 첫 작품인 '알파 엔진'을 내놨다. 파워트레인연구소는 지금까지 모두 12가지 엔진을 생산했다. 당초 연구원 20명으로 출발했던 팀은 이제 1천3백명을 갖춘 대형 파워트레인연구소로 성장했다. 올 초에는 미쓰비시자동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에 대규모 로열티를 받고 엔진설계를 수출하기도 했다. "연구원을 지원하기 위해 특허 보상제를 실시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매년 50명을 2∼3년간 해외에 유학보내고 3백명을 선정,3개월짜리 국내외 단기 연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선 후생복지 수준을 높이고 자기계발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공계 기피 현상과 관련,"경험많고 우수한 연구원들이 공직과 학계에서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글=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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