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계획 시인 배경과 의도]

북한이 핵개발계획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그동안 핵문제와 관련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정책으로 일관해온 북한의의도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21개월 만에 이루어진 첫 북미대화에서 북한이미국의 공격 빌미가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은 이 문제가 가져올 파장을 충분히 검토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 7월 1일 이후 전향적인 경제개혁 조치를 취하는 한편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대일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등 국제정세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러한 상황적 요인들을 감안할 때 켈리 특사가 방북했을 때의 북미대화 내용이무엇이었는 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개발계획 시인이 단발적인 의제로 다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제기됐을 가능성이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들은 켈리 특사가 북한으로부터 "깜짝 놀랄 만한 제안"을받았으며 그가 워싱턴으로 돌아간 뒤 미국 정부 내에서 큰 논란이 벌어졌다고 전하고 있다. 북한의 깜짝 놀랄 만한 제안이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외교소식통들은 ▲핵사찰 전면 수용 ▲미사일수출 중단 ▲재래식 전력 감축 등 북미 간의 쟁점사항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추론은 북한이 최근 인민군 병력을 남한과 비슷한 수준인 70만명선으로대폭 감축하고 복무기간을 줄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켈리 특사 방북 이후 북한이 미국대표단의 태도에 대해 "심히 오만하고 압력적"이었다고 비난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점도 이같은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계획 시인을 의도적인 것으로 볼 경우, 북한의 대외정책 방향의변화와 연결지어 볼 수 있다. 미국의 강경정책에 맞서 북한이 그동안 미국을 대외정책의 중심고리로 인식해오던 데서 벗어나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측은 북한이 그동안 미국과의 관계가 경색된 상태에서 남한과는 물론일본,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증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도 뒷받침된다. 즉,핵개발계획 시인은 북한이 대외정책을 새롭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것으로 볼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개발계획의 포기를 전제로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발계획 사실을 시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연합) 곽승지기자 kseungj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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