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 사라이후 최대 위력

31일 오후 전남 고흥으로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하고 있는 제15호 태풍 '루사(RUSA)'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태풍의 위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확한 지표는 없지만 대신 중심기압과 풍속, 강도, 크기, 피해규모 등으로 가늠해볼 수는 있다. 기상청과 중앙재해대책본부 등의 기록에 따르면 이번 태풍 `루사'는 그동안 남해안을 통해 한반도를 강타했던 역대 태풍중 지난 59년 9월 중순에 찾아온 태풍 `사라(SARAH)'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태풍 루사는 그동안 피해규모가 컸던 태풍들과 비슷한 규모와 강도를 갖고 있고비슷한 경로를 거쳐 한반도를 강타한데다, 특히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찾아와 피해규모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59년 `사라'이후 최대 위력 = 태풍의 위력을 측정해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수치인 최저기압으로 보면 루사는 지난 59년 9월15일부터 4일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사라에 이어 사상 2위를 기록했다. 당시 사라는 남해안으로 상륙해 부산을 강타하면서 최저기압이 952h㎩을 기록했는데 루사는 여수에서 측정된 최저기압이 970h㎩로 사라에 못미쳤다. 지난 87년 7월 남부지방을 거쳐간 태풍 `셀마(THELMA)'는 여수에서 최저기압이972h㎩로 측정돼 루사에 이어 역대 3위에 올랐다. ◇루사가 만든 기록 = 이날 0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강원도 강릉지방에는 무려 609㎜의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이 기록은 강릉지방에서만 지난 21년 9월24일 쏟아진 305.5㎜의 2배에 달했음은물론 전국 사상 최대였던 지난 81년 9월2일의 547.4㎜보다도 높아 기상청이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같은 폭우로 강릉의 1시간 강수량도 80㎜에 달해 강릉지방의 역대 기록이었던지난 87년 7월16일 60㎜를 경신했다. 대관령에서도 이날 1시간에 67.5㎜의 비가 쏟아져 역시 사상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태풍 루사는 또 강력한 바람을 몰고와 이날 제주 고산지역의 순간 최대풍속이초속 56.7m를 기록, 지난 2000년 8월31일 태풍 `프라피룬'의 영향으로 기록된 흑산도의 순간최대풍속 58.3m에 이어 사상 2위를 차지했다. 바람은 초속 15m만 돼도 거리의 간판이 날아가고 행인이 제대로 걷기가 어려울정도이며, 초속 50m가 넘으면 사람은 물론 거리의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고철제 송전탑이 엿가락처럼 휘는 엄청난 위력이다. ◇피해 규모도 클 듯 = 이처럼 엄청난 위력으로 인해 태풍 루사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 루사의 위력과 경로가 그동안 많은 피해를 남겼던 역대 태풍들과 유사한데다 특히 이달초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피해가 미쳐 복구되기도 전에 또다시 전국을강타했기 때문에 상습 침수지역에는 `설상가상'의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 59년의 태풍 `사라'는 84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돼 역대 인명피해 규모로 1위를 기록했고 재산피해도 2천400억여원에 달했다. 재산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태풍은 지난 99년 7월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올가'로, 무려 1조490억원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 여름은 지난 7월의 라마순에 이어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관통하는 등 기상재해가 유난히 많았다"면서 "치밀한 방재 대책을 세워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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