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서 한국 인신매매실태 증언

한국의 여성운동가가 내달 미국 의회에서 주한미군 기지촌 주변의 '성노예' 등 인신매매 실태의 심각성을 증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27일 여성계에 따르면 기지촌 여성운동단체인 '새움터'(대표 김현선)는 다음달 미국 일부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의회 청문회에 출석, 기지촌 주변을 둘러싼 인신매매 실태를 증언해줄 것을 요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계 관계자는 "요청을 받은 새움터 관계자가 최근 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성매매방지법 제정 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으며 증언을 통해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실태 등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증언을 요청한 미 의원들도 한국을 인신매매 단속과 예방에서 최상위 등급인 1등급 국가군에 포함시킨 미 국무부 작성 '2002 인신매매 보고서'가 한국 정부의 과장된 자료에 따른 결과로 보고 이를 정식으로 문제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월 89개국을 대상으로 작성한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이 인신매매 방지노력에서 놀랍게 발전했다며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과 함께 최상위 등급인 1등급 국가군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폭스 TV와 타임 아시아판 등은 러시아와 필리핀 출신 여성들이 주한미군기지 주변의 술집과 나이트클럽 등에 성노예로 팔리고 있으며 "이들이 감금상태에서 매매춘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보도가 잇따르자 크리스토퍼 스미스 하원의원은 "동두천 주변에서 인신매매와 매매춘이 일상사로 받아들여지는데 충격을 받았으며 이런 불법행위는 과감히 근절돼야 한다"면서 미 국방부에 즉각 조사를 촉구했다. 미 의원들이 내달 의회에서 1등급으로 분류된 한국의 인신매매 단속.예방 상황을 다시 문제삼기로 하고 한국 여성운동가의 증인 출석을 요청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향후 외교문제로 옮겨갈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계도 미국의 인신매매 보고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데다 기지촌 등 주변을 거점으로 한 여성 인신매매 실태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29일 긴급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여성단체연합 조영희 실장은 "우리 나라는 여성을 수입.수출하는 나라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인신매매를 단속할 단일한 법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1등급 국가라면 그에 걸맞은 정부의 노력과 보완대책, 국제사회와의 공조체계 등이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