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남아공 '연쇄 행운' 어디까지 가나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B조에 속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한국은 '약속의 땅'이다. 당초 B조의 최약체로 평가돼 다른 팀들의 `표적'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개막전에서 파라과이와 2-2로 비긴데 이어 2차전에서는 슬로베니아를 1-0으로 꺾고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따내는 영광을 안았다. 이에 따라 1승1무가 된 남아공은 2승을 거둬 본선행을 맨 먼저 확정지은 스페인과 함께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특히 FIFA랭킹 37위에 불과한 남아공은 예상하지 못한 잇따른 행운에 크게 힘입은 것이어서 이런 행운이 언제까지 따라줄지 관심이다. 먼저 랭킹 18위인 파라과이와의 대결에선 `골넣은 골키퍼'로 파라과이의 정신적지주인 칠라베르트가 결장한 것이 1차전 무승부를 연출할 수있는 발판이 됐다. 칠라베르트 대신 나온 타바레이가 종료직전 불필요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헌납했던 것. 행운의 여신은 슬로베니아와의 2차전에서도 계속됐다. 슬로베니아는 스페인에게 1-3으로 패한 이후 심각한 내분에 빠지고 말았다. 간판 스타인 즐라트코 자호비치가 스페인전 이후 슈레치코 카타네츠 감독과 불화를 빚은뒤 조국으로 짐을 싸 돌아간 것. 내분에 휩싸인 슬로베니아는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유럽의 신흥강자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시종 끌려다닌 끝에 패하고 말았다. 여기에 대구의 무더위가 남아공에겐 큰 도움이 됐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바람도 거의 불지 않은 경기장에 선 슬로베니아선수들은 넋나간 사람같았다. 공을 쳐다보다 뺏기는 것은 물론이고 엉성한 플레이로 화를 자초하기도 했다. 경기시작 4분만에 얻은 남아공의 결승골도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것이었다. 시야봉가 놈베테가 퀸턴 포천의 킥을 헤딩하려 했지만 머리에 맞지않았는데 떨어지던 공이 놈베테의 허벅지를 맞고 그대로 골네트를 흔든 것. 보통 같으면 터무니 없이 골문을 외면하고 말 상황이었다. 게다가 슬로베니아 카타네츠 감독은 후반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던 슬로베니아는 감독이 퇴장당한 뒤 힘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한마디로 남아공은 끊임없이 솟아나는 `행운의 힘'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남아공의 조모 소노 감독은 여세를 몰아 "16강은 물론 그 이상의 일도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남아공의 `연쇄 행운'이 과연 어디까지 갈 지는 이번 월드컵의 새로운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대구=연합뉴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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