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구조조정 노하우 印尼에 전수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 위기의 진원지로 현재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고있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한국의 금융구조조정 노하우가 전수됐다. 양원근 한국예금보험공사 이사는 30일 인도네시아금융구조조정청(IBRA)의 초청으로 자카르타를 방문, IBRA 및 주요 은행 간부 6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금융구조조정 과정과 성과, 향후 과제 등에 대해 강연했다. 양 이사는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에 재벌의 높은 부채비율과 선단식 경영, 회계의 투명성 부족 등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취약했으나 대대적인 금융구조조정을 단행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97년 말 2천101개사에 달했던 금융관련 업체 가운데 613개사(29%)를 정리해 작년 말 현재 1천545개사로 축소됐고 금융업종 종사자 30%가 줄어들었다"고 소개했다. 금융구조조정 성과와 관련해 "부실금융기관 정리와 파급효과 최소화, 부실채권 처리,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여건 조성 등의 직접적인 효과를 거뒀고 금리 및 주가, 환율 등 거시지표가 안정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작년 말까지 155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에 대한 감자와 경영진 교체 및 손해배상청구, 예금자 예금손실 등의 조치를 취해 자율과 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시장규율을 높인 점도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향후 금융산업 위기 방지를 위해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시장규율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예금보험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강연 참석자들은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실업자 처리와 예금보호공사의 예금 보호 한도, 보험요율 결정 방법, 부작용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해 수년째 지지부진한 인도네시아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비지니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일간지 기자들은 강연 종료 후 양 이사에게 인터뷰를 요청, 외환위기 후발국이 조기에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등 한국의 금융구조조정 성과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인도네시아는 IMF의 권고로 98는 5월 IBRA를 발족, 부실 기업 정리작업을 벌여 은행 90개를 폐쇄하거나 합병해 150개로 줄이고 최대 시중은행 BCA를 미국계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성과를 냈으나 당초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부실기업 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 IBRA 청장이 수시로 교체되고 IMF와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제적 신뢰 향상에 실패, 경제난 해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 특파원 hadi@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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