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불공정조사 '진퇴양난'

공정거래위원회가 벤처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의 칼을 빼들었다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월드컵과 지방선거 등 큰 행사들을 앞두고 증시에 부담을 줄 조사를 강행할 수도,한 번 뺀 칼을 도로 집어넣을 수도,그렇다고 조사를 행사 뒤로 마냥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는 작년 말부터 벤처업계에 대한 직권조사 계획을 수립해 지난 3월28일부터 벤처기업의 부당내부거래 등에 대한 서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출자회사를 3개 이상 갖고 있으면서 △금융회사에 출자하고 있거나 △30대 기업집단의 계열사로 있는 벤처기업 등 1백1개사다. 공정위는 지난주까지 2∼3개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업체로부터 서면자료를 넘겨받아 심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서 불공정 혐의가 드러날 경우 곧바로 조사국 인원을 동원,현장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정위 고위 간부는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문만 나도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며 "더구나 국가 중대 행사기간 중 증시에 부담을 주는 조사에 나서기가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실무 담당자도 "조사 인력의 한계 때문에 모든 혐의기업을 조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조사에 나서더라도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국회와 여론에 등 떠밀려 생각없이 조사에 나섰다가 진퇴양난에 빠진 꼴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서면조사 대상 1백1개사 중 계열사 수가 10개 이상인 기업이 14∼15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벤처기업은 2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등 외양만으로는 대기업 집단을 방불케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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