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의 생활경제] '가계대출 급증'

지난 3월중 은행의 가계대출은 7조6천9백50억원이 늘어나 최근의 급등세를 이어갔다. 올들어 석달동안 가계대출은 총 17조4천3백59억원이나 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부와 은행 등 국내 각 경제 주체들은 서로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UBS워버그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국의 가계대출이 버블(Bubble)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과장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고 있어 가계대출 부실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나아가 버블을 판단하는 기준은 소득 대비 부채비율보다 소득과 저축의 합계에 대한 부채비율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또 다시 거품인가(Bubbly again)'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가계대출시장 과열로 한국 경제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62%였던 한국의 가계대출 규모가 올해 68%로 상승, 가구당 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유도만이 거품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가계부채를 경제논리로 살펴보면 문제는 단순해진다. 합리적인 소비자가 대출과 수입을 잘 따져 본인의 부채수준을 결정하고, 금융회사는 이윤의 득실을 따져 대출수요가 있는 곳으로 대출금을 이동시키면 되는 것. 하지만 이러한 경제논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은행도 가계대출의 대상을 선정하면서 좀 더 엄격해야 한다.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을 수 있는 미시적 장치들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비자의 대출행태가 건전하지 못한게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용하는 용도중 부채상환 소비지출 주식투자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대출의 25%나 된다. 신용카드채권 연체율이 미국에 비해 거의 2배에 육박해 카드대금 연체에 따른 신용불량자 양산이 심각한 것으로도 조사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가계부채의 증가속도 조절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어느 수준까지 어떤 방법으로 개입하느냐 하는 것. 경제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비관적인 전망과 정책이 나오면 실제 상황보다 더욱 나빠지고, 반대로 낙관적인 정책이 나오면 실제보다 경제가 좋아진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편승효과(bandwagon effect)라고 한다.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국내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수출과 투자가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정책도구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섣부른 금리인상도 숙고해야 할 과제다. 빛을 지지 않고 사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는 건전한 사람이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적절한 수준의 부채를 지면서 이러한 부채를 갚아 나갈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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