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바오로 2세 건강악화로 새 교황 선출에 관심

노령에 파키슨병을 앓는 상황에서 관절염까지 겹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8일 부활절 미사의 세족례(洗足禮)까지 집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차기 교황 자리를 누가 이을 지에 관심이 다시 고조하고 있다. 가톨릭 역사상 교황이 마지막으로 스스로 물러난 때는 1294년 셀레스타인 5세였기 때문에 교황의 사퇴 가능성은 작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이제 일부 교회인사들은 교황이 물러나야 할 시점이 됐다는 점을 크게 숨기지 않고 말한다. 바티칸 관계자들이나 관측통들은 차기 제 265대 교황의 물망에 오른 인사들을 직접 언급하기를 꺼리고는 있지만 교회가 당면한 몇가지 과제를 제시하면서 이에 합당한 인물을 수면위로 부상시키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교세약화와 동서 교회의 불화, 하급 성직자들의 참여폭 확대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를 갖고 있다.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의 존 앨런 로마 특파원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종전보다 통합된 세계와 더 분할된 교회"라는 유산을 남겨 놓았다고 맥을 짚는다. 이런 맥락에서 벨기에의 고드프리드 다넬스 추기경(68)은 개혁적인 성향 때문에 가장 선호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다넬스 추기경은 "영감이 부족하고 인간적인 따뜻함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물론 교황 자리를 다시 이탈리아 출신에게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으나 이는 "확장이 필요한 시기에 관리에 나서는 꼴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두하는 관측이 비(非) 유럽인 출신의 차기 교황 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미국의 강력한 영향에서 벗어난 독자 외교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바티칸의 입장을 감안하면 미국측 후보는 자연스럽게 탈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둘때 콜롬비아 출신의 다리오 카스트리욘 오요스 추기경이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사람으로 보인다. 현재 전세계 성직자들을 관리하는 교황청 성직자회의를 이끌고 있는 카스트리욘 추기경은 70대 초반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마약 범죄집단 두목을 직접 찾아가 죄를 고백하라고 요구한 행동에서 보듯 신념이 있는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중남미 출신이 차기 교황을 맡을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어주면 중남미 최대의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 출신의 클라우디오 후메스 추기경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갖가지 예상에도 불구하고 관측통들은 한가지 점에 일치를 보인다. 즉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재임 기간이 상당히 길었기 때문에 추기경단은 50, 60대 인물보다는 과도기적 교황을 선택해 잠깐 숨을 고르면서 향후 진로를 모색할 여유를 갖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로마dpa=연합뉴스) inn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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