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앤더슨, 파산보호만이 살길"..美법조계

엔론 스캔들로 존폐 위기에 몰린 미국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이 사는 길은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것 뿐이라고 미국의 법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파산 보호를 신청할 경우 아서 앤더슨이 고객과 고급 두뇌가 이탈하는 지금의 상황을 어렵게나마 저지할 수 있으며 아서 앤더슨 인수를 원하면서도 이회사의 법적 책임을 우려해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다른 회계법인들이 더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법인 업계 전문 간행물인 보우맨스 어카운팅 리포트 발행인인 아서 보우맨은 파산 보호만이 "아서 앤더슨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연방 검찰이 14일 아서 앤더슨을 엔론 관련서류 파기와 관련해 형사 기소한 심각한 상황임을 상기시켰다. 뉴욕 소재 세인트 존스 대학의 증권법 전문 마이클 페리노 교수도 "아서 앤더슨이 어떤 노력을 하건 더 이상 독립적인 회사로 남기 어렵다"면서 "파산 보호를 신청해도 그나마 남은 자산과 인력이 결국은 남의 손에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내다봤다. 앤더슨측은 그러나 파산보호 신청설에 대한 코멘트를 일체 거부했다. 회사 대변인은 14일에도 "고객들에게 최대한 봉사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는 공식적인 논평만 되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아서 앤더슨이 미 연방법 챕터 11에 따라 파산 보호를 신청할 경우 30여건이 넘게 걸려있는 소송에서 좀 더 자유로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아서 앤더슨이 앞서 이들 소송을 7억5천만달러에 일괄 타결하려다가 실패했음을상기시키면서 이것이 다시 협의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법원이 아서 앤더슨에 대한 파산 보호를 허용할 경우 채권단이 상당기간 권리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터지기 전에 손해를 보더라도 최대한 채권을 챙기는 실익 쪽을 택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서 앤더슨 인수 협상도 용이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회계학 전문 마크 디어스미스 교수는 "파산 보호가 아서 앤더슨에게 '방화벽'구실을 할 수 있다"면서 "인수를 원하는 다른 회계법인들이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산 보호가 "(아서 앤더슨을 인수하지 못하는) 다른 회계법인들만 빼고는 모두에게 유리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아서 앤더슨이 파산 보호를 허용받으면 속속 빠져나가던 고객사와 고급 인력들도 일단 안도해 기존의 비즈니스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아서 앤더슨의 파산 보호를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한 때 업계 1위였으나 5위로 밀려난 아서 앤더슨이 '사라지면' 미국의 회계법인 업계가 '빅 5'에서 '빅4'로 재편되면서 회계 컨설팅 비용이 상승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또 업계 재편과 함께 회계법인 고급 인력의 대이동도 뒤따르지 않겠느냐는 점을 회계법인 경영진은 걱정한다. 엔론 스캔들의 여파로 부각된 아서 앤더슨의 몰락이 미 재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쉽게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시카고 AP=연합뉴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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