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환율, 연말께 달러당 최고 160엔 가능"..사카키바라

엔화는 일본 정부의 구조개혁 노력이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연말까지 대(對)달러 환율이 150-160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관이 10일 전망했다. 엔 환율은 지난 90년 이 수준까지 치솟았었다. 이같은 발언은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상을 비롯한 일본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엔 가치의 급속한 하락을 우려한 가운데 나왔다. 엔 환율은 10일 시오카와의 우려가 나온데 자극받아 한때 달러당 132.01엔까지 환율이 떨어졌다가 132.47엔에 거래가 마감됐다. 전날 환율은 133.15엔이었다. 구 대장성 재무관일 당시 외환시장에 대한 영향력으로 인해 `미스터 엔''으로 불리기도 했던 사카키바라 게이오대 교수는 기자들에게 "일본의 구조개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연말께 환율이 150-160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일본 경제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치솟으면 수입 단가가 상승해 경제에 새로운 부담이 될 것이며 특히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일본이 한국 등 아시아 주변국들과 외환 정책에서 공조를 모색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이 (지금처럼) 약하게 유지되는 한 환시장 개입 등 (일본 정부가) 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한 인위적인조치를 취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일본 재무성이 "의도적으로 엔저를 유도하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오카와 장관은 지난 열흘새 달러에 대한 엔 환율이 2엔이나 상승했음을 상기시키면서 "가치 하락이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이는 재무성 간부들이 전날 엔저를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한데 뒤이어 나와 한때 금융 시장에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관측통들은 재무성이 엔저 기조는 반대하지 않지만 아시아 주변국들이 엔가치 폭락을 우려하는 점 등을 감안해 `수위를 조절''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측통들은 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이날 열흘 일정으로 동남아 순방에 올랐음을 상기시키면서 총리 외유기간에 엔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엔 가치는 지난 두달새 약 10% 하락했으며 이 때문에 일본 재계에서는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게 환율이 치솟으면 외국 금융자본이 빠져나가는 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드레스드너 클라인워스 바셰르슈타인의 수석 외환딜러인 리처드 데비스는 "일본이 엔 환율을 130-135엔 수준에서 안정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의 제이슨 보난카 연구원은 시오카와의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이로 인해 엔 매도세가 주춤해지는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이 `제로금리'' 등으로 인해 당국 차원에서 경기를 촉진시킬만한 이렇다할 방안이 없는 상태임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시오카와의 발언 효과가 `단기성''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세계 경제의 향방을 어떻게 전망할지가 엔환율 추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린스펀 의장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제 9차 `경제개발서밋''을 위해 마련한 연설문에서는 이 부문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경제 지도자 회동에 참석해서는 이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뉴욕 AFP=연합뉴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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