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열며] 우리 모두 힘을 모으자..김태길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새해를 새롭게 하는 것은 해나 달 또는 별들이 아니라 우리들 인간이다. 우리들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 세상의 모습을 새롭게 만들때, 우리는 비로소 '새해 다운 새해'를 갖게 된다. 한국의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으나, 그 비판의 목소리 속에도 우리의 현실을 개혁함에 도움이 될 힘이 숨어 있다. 우리 한국인에게는 밝아오는 2002년을 새해 다운 새해로 만들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이 숨쉬고 있다. 누군가가 움직여 주겠지 하고 팔짱을 끼어서는 안된다. 나라의 주인인 우리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 외침으로 인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때, 우리 조상들이 모두 일어서서 국난을 물리쳤듯이, 우리 후손들도 하나가 돼 오늘의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우군과 적을 구별하기 어려운 기묘한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화'를 내세우며 우리 모두 잘해보자고 외치는 국제 무대의 말잔치 속에도 적이 있고, '애국'을 앞세우고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들 속에도 적이있으며, 나만은 깨끗하다고 은근히 자부하는 우리 보통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적이 있다. 여기서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 도사린 적을 추방하는 일이다. 마음 속에 깃든 뿌리는 나만을 생각하는 욕심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제욕심만 차리는 판국에 나 홀로 올곧게 산다면 결국 나는 손해를 보게 된다는 짧은 생각부터 버려야한다. 세상 사람들 가운데는 타인을 생각하고 공동체를 아끼는 마음도 적지 않다. 그런 마음이 있는 까닭에 우리나라가 이 정도의 질서를 유지 할 수 있다. 날고 기는 사람들이 나라를 온통 말아먹으려고 술수를 부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그런대로 굴러가는 것은, 날고 기는 재주를 갖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순직하게 처신하기 때문이다. 평범하나 선량한 다수가 우리나라를 지켜준다. 신문에도 방송에도 별로 떠오르지 않는 보통사람들의 편에 가담함으로써 나라를 지키는 힘을 키워간다면 우리의 내일은 점차 밝아질 것이다. 그 길이 비록 손해를 보는 길 같이 보인다 하더라도 크게 개의할 바가 못된다. 나라가 잘 되는 날 그 손해는 더 큰 이익이 돼 되돌아 올 것이다. 이해의 계산을 초월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원대한 안목의 계산법을 권고하고자 한다. 원대한 안목의 계산법을 실천함으로써 가장 큰 이득 내지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날고 기는 재주를 가진 탁월한 사람들이다. 만약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대신, 멀리 내다보고 자신의 전인격과 그가 속하는 공동체를 위해 대도를 걷는다면, 그는 십중팔구 큰 업적을 남기는 동시에 위대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원대한 안목으로 계산을 하고 그 계산을 따라서 대도를 실천한다면 반드시 큰 업적을 남기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에 출마한 사람이 권모술수를 쓰지 않고 오로지 원칙을 따라서 정도를 걷는다면, 그가 반드시 당선의 목표를 달성하고 훌륭한 정치가로서의 업적을 남기게 되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가 정도를 고집한 까닭에 후보자가 낙선했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주로 유권자들이 져야 한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행실을 다져서 투표하지 않고, 그들의 말솜씨나 권모술수에 현혹되는 한, 이 땅에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현명한 유권자들만이 훌륭한 지도자의 출현을 가능케 한다. 민주정치의 정도를 걷는 사람이 반드시 뜻을 이루게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눈앞의 이익을 좇아서 권모와 술수를 일삼는 정치인들이 결국 실패한 인생을 갖게 된다는 것은 단언할 수 있다. 설령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후일에 사악한 정치인으로 평가된다면, 그의 삶은 실패한 인생임에 틀림이 없다. 2002년은 21세기가 된 뒤에 첫번째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우리 한국이 세계에서 자랑스러운 나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끌어갈 탁월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이 크나큰 과제의 달성을 위해 우리 모두가 새로운 마음으로 힘을 모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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