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권력 공백사태 ... 국가적 위기 심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정치가들의 권력투쟁을 일삼는 정치위기까지 겹쳐 최악의 국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31일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 임시 대통령이 사임한 데 이어 대통령권한대행직을 맡아야할 상원 임시의장까지 사퇴함으로써 사실상 권력 공백 상태에 빠졌다. 대통령 권한은 상원 의장 다음의 대통령 권한 승계권자인 에두아루도 카마노 하원 의장으로 넘어갔지만 다음 지도자가 선출될 때까지 권력 공백 상태는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정권을 넘겨받은 페론당의 내부 권력투쟁은 페르난도 델라루아 전 대통령이 중도사퇴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델라루아 대통령 사임으로 야당이 된 라디칼당이 정권을 대통령 잔여임기가 끝나는 2003년 말까지 페론당에 넘겨주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페론당은 내부 권력투쟁으로 국가적 위기 극복에 앞장설 지도자를 뽑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로드리게스 사 임시 대통령의 임기가 2003년 말이 아닌 2001년 3월 3일까지로 정해진 것도 호세 마누엘 델라소타 코르도바주지사와 네스토르 커치너 산타크루주지사 등 차기 대권을 노린 페론당 내부 대선 주자들 때문이며 그의 사임을 불러온 것도 이들 대선 주자들이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권력 공백 사태가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야할 정치가들의 권력투쟁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아르헨 국민의 정치 불신을 더욱 가중시켜 경제위기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아르헨티나는 누가 정권을 잡든 정치권 전체가 합심해서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도 쉽게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제3 통화 `아르헨티노' 발행 여부와 대규모 시위사태의 원인이 된 예금 동결 조치 완화 여부다. 아르헨티노 발행 계획을 내놓은 로드리게스 사 임시대통령이 사임했기 때문에 후임자가 이 정책을 계속 추진할지 미지수이지만 아르헨티노가 결코 `경제위기'의 해결사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지적이다. 로드리게스 사 임시대통령은 아르헨티노 발행계획을 밝히면서 미국 달러와 1대1고정환율로 유통된다고 밝혔으나 분석가들은 아르헨티노가 본격적으로 유통되면 초기부터 달러화에 대해 30-50% 가량 평가절하될 것으로 우려했다. 결국 차기 집권자가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아르헨티노 발행을 고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대규모 시위 사태를 이유로 예금인출 제한 조치를 해제하거나 인출 한도를 1천 달러 이상으로 높일 경우 은행들이 지급불능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권력투쟁으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킨 페론당이 국민 단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뽑고 위기를 극복할 묘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주목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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