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家 'HP.컴팩합병' 반발

휴렛팩커드(HP)의 공동창업자인 윌리엄 휴렛의 가족들이 지난 9월 발표된 HP와 컴팩의 합병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올초 사망한 윌리엄 휴렛의 아들 월터 휴렛은 7일 발표문을 통해 "HP가 합병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업으로 존재할 때 더욱 큰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가족과 휴렛재단은 합병에 반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컴팩과의 합병으로 HP가 저가 PC시장에 노출돼 프린터 사업부문의 수익성까지 저하될 것"이라며 "주주투표에서 분명히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렛 가족과 휴렛재단은 1억여주의 HP주식(지분율 5%)을 소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렛가의 주식이 전체 지분의 5%에 불과하지만 이번 발표가 합병안에 회의를 품고 있는 주주들을 반대쪽으로 기울게 할 것"이라며 "HP와 컴팩의 합병안이 주주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합병을 주도하고 있는 HP 최고경영자(CEO) 칼리 피오리나에게도 위기가 닥쳤다. 합병을 반대해 온 매트릭스투자자문의 수석투자가 데이비드 카츠는 "합병이 무산되면 CEO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증시도 휴렛가의 입장을 지지하는 반응을 보였다. HP 주가는 전날보다 2.92달러(17.29%) 급등한 19.81달러를 기록한 반면 컴팩은 0.49달러(5.45%) 하락한 8.5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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