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최고 치어리더' 부시

미국 최초의 MBA(경영학 석사) 출신 대통령이기 때문에 '주식회사 미국의 CEO'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요즘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새 별명의 영문 이니셜은 CIC.흔히 사용되는 최고 정보책임자(Chief Information Officer)가 아닌 최고 치어리더(Cheerleader-in-Chief)의 머리글자다. 밖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안으로는 국민들에게 "쇼핑을 하고,비행기를 타고,디즈니월드에 가서 즐기는 게 애국"이라고 강조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의 '소비 애국론'은 이미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NBA(미국프로농구) 용품가게에서 테러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3백42달러어치의 선물을 샀다. 다른 주의 주지사 등 유명 정치인들도 지난 주말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와 쇼핑을 했다. 메이시백화점에서 수백달러를 쓰고,카네기델리에서 식사를 했다. 일부는 브로드웨이로 가서 라이온 킹 등 뮤지컬을 구경했다. 부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뉴욕을 방문했다.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직후인 지난달 14일 구조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찾은 뒤 이번이 두번째다. 이날 그가 보여준 모습도 CIC 그 자체였다. 세계무역센터 바로 옆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한 초등학교에 가서 어린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정상적인 수업'을 강조했고,직접 피자를 사가지고 근처 소방서에 들러 구조작업중 사망한 소방관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며 위로했다. 이에 앞서 그는 뉴욕의 기업인들은 만나 "정부는 경제회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하겠다"며 우선 소비자 신뢰와 기업투자회복을 위해 6백억∼7백5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CIC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발언이었다. 이런 노력은 높은 점수를 땄다. 당장 다우지수가 9,000선을 회복하는 등 월가가 급등했다. 증시 개장전 선물지수가 약세를 보였고,노텔 알카텔 GE 등에서 이날 하루에만 4만명이상의 해고발표가 나왔지만 몸으로 뛰는 CIC가 모든 악재를 이겨낸 하루였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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