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윤리경영] 실천사례 : 기아자동차..납품과정 분리로 비리 원천차단

김뇌명 지난 97년 부도 직전까지만해도 기아자동차는 협력업체로부터 받는 접대와 각종 납품 관련 비리로 얼룩져 있다는 세간의 혹평을 들어야 했다. "기아에 납품을 하려면 정문 통과부터 몇 단계에 거쳐 뇌물을 바쳐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부패와 비리가 패망의 원인으로까지 지적됐던 기아였지만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후 빠르게 거듭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구매시스템을 개선,협력업체의 부품개발과 가격책정 및 조달을 분리했다. 또 종전까지 공장 또는 부문별로 시행하던 소모품 및 일반부품 구매는 통합관리했다. 부품가격도 완전 전산화해 자동차는 단산돼도 부품가격은 남아있도록 하는 등 구매관련 비리를 시스템으로 차단했다. 이와함께 계약 및 출고 관련 정보를 영업사원과 고객에게 전산으로 개방,계약과 동시에 출고순서와 예정일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흔히 말하는 "새치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때 화물차량의 경우 조기출고를 위해 급행료를 내는 게 관행이었으나 지금은 "자동차는 생계 수단일 수도 있기 때문에 사장한테 부탁해도 안된다"고 할 정도로 단호하다. 작년 2월1일부터는 직장윤리규정을 사규로 명문화해 시행에 들어갔다. 임직원의 윤리의식이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아래 투명경영과 신뢰경영을 사시로 정했다. 기아의 윤리경영은 직원 상호간 고객 및 협력업체 경쟁사 등 업무와 관련된 관계에 있어서 임직원의 윤리규범을 정하고 새로운 기업문화로 정착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실천되고 있다. 올해 1월2일 시무식에서는 청탁배격과 원칙준수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임직원 윤리실천강령"을 제정해 선포식을 가졌다. 전국 5백개 지점 및 공장별로 3만여명의 임직원이 서명을 한 뒤 윤리실천운동에 동참했다. 이 운동은 2백70여개 협력업체로까지 확산됐다. 기아에서 10년이상 근무하고 있는 한 사원은 "각종 납품비리와 분식회계로 오명을 남겼던 기아가 이제는 최고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투명경영을 실천,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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