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야스쿠니 참배 배경과 파장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 온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드디어 13일 전격 감행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과 만나 야스쿠니 참배 시점에 대한 최종적인 조율을 거쳐 이같이 결정하고, 속전속결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에 앞서 후쿠다 장관을 통해 담화를 발표, 이른바 '국익'을 고려해 패전기념일 참배를 피하고, 이날 앞당겨 신사참배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비록 8월15일을 비켜가면서 신사참배에 나섰지만,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에 머리를 조아렸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조기 참배 배경 =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4월 하순 총리에 취임한 직후부터 일관되게 8.15 패전기념일에 야스쿠니에 참배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자신이 야스쿠니에 참배하는 것은 2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뜻과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순수한' 차원임을 표명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 중국은 물론 자신이 총재로 있는 자민당 내부로 부터도 참배 포기를 종용받았다. 결국 그는 이런 내외의 반발을 감안해 한달 이상 '숙고'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장고(長考)'를 거듭한 끝에 이날 야스쿠니 참배를 결행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종전기념일이 다가올수록 내외에서 나의 신사참배에 대한 찬반론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며 8.15 참배를 강행할 경우에 자신의 순수한 의도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참배를 앞당기게 됐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특히 자신이 일단 내뱉은 발언을 철회하는 것은 참담한 일이지만, 국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총리의 입장에서 참배시기를 조정했음을 애써 강변함으로써 일본 보수세력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참배파문 최소화 흔적 =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의 야스쿠니 참배에 따른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참배와 더불어 담화발표, 신도(神道)의식 생략 등의 우회로를 택했다. 먼저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를 30여분 앞두고 후쿠다 관방장관을 통해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내용은 지난 1995년 사회당 출신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村山富市) 당시총리의 담화내용을 대체로 답습한 것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담화에서 "대전(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은, 우리 국민을 포함해서 세계의 많은 사람에 대해 많은 참화를 안겨주었으며, 결국 아시아 근린제국에 대해 과거의 한 순간에 잘못된 국책(國策)에 바탕해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일으켜 계량할수 없는 참해(慘害)와 고통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은 지금도 타국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치유되기 어려운 상흔으로 남아있다"면서 " 우리는 여기에서 이런 우리 나라의 상흔의 역사를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여 전쟁 희생자 여러분 모든에 대해 깊은 반성과 함께 애도의 뜻을 올리고 싶은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날 담화는 지난 1998년 한일 공동파트너십의 뼈대가 됐던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옮겨놓음으로써 한국의 반발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자신의 참배가 국내적으로는 헌법 20조의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신도의식도 비켜갔다. 일본의 신도의식에 따르면 신사참배 때는 2번 절하고, 2번 박수치고, 1번 절하도록 돼 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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