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반물질 대칭성 깨짐 현상 새롭게 규명

물리학 이론에서와는 달리 일반적인 `물질'과 전기적으로 상반되는 성질의 `반(反)물질'(antimatter)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이유에대한 단서가 실험에 의해 규명돼 물리학계의 우주 생성 원리 규명 시도에 상당한 진전을 보일 전망이다. 23일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한국, 일본, 미국 등 14개국 공동연구팀인 벨(BELLE)실험그룹은 이날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고에너지 물리 국제학술회의에서 소립자 가운데 하나인 B-중간자(B-mesons) 붕괴현상 관찰을 통해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성 깨짐 현상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벨 실험그룹은 지난 99년 6월부터 일본 쓰쿠바(筑波)에 있는 고에너지 가속기연구소(KEK)에서 KEKB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이번 실험을 실시해 왔으며 우리나라도 6개 대학 22명의 연구진을 파견, 참여해 왔다. 이론적으로 우주를 이루고 있는 기본 물질인 양성자, 전자 등 소립자들은 모두 자신과는 반대의 전하를 갖는 반(反)입자를 갖는다. 즉 양성자의 전하가 양(+)인 반면 반입자인 반양성자의 전하는 음(-)이고, 전자의 전하가 음(-)인 반면에 그에 해당하는 반입자인 양전자의 전하는 양(+)이다. 만약 입자와 반입자 또는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게 되면 둘 다 소멸해 에너지로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반물질은 우주선이나 입자가속기에서만 찾을 수 있으며 우주는 물질만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이론적으로는 우주 공간에 물질과 반물질이 균등하게 존재해야 함에도 반물질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입자와 반입자의 붕괴 속도 같은 물리적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가정했으며 이를 `CP 대칭성 깨짐'(charge-parity violation)이라고 한다. CP 대칭성 깨짐 현상은 지난 64년 미국의 발 피치(Val Fitch)와 제임스 크로닌(James Cronin)이 역시 소립자 가운데 하나인 K-중간자의 붕괴 실험을 통해 밝혀낸 바 있으나 지난 98년 이전에는 다른 소립자에서 이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벨 실험그룹은 이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약 3천만개의 B-중간자와 반(反)B-중간자의 붕괴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반입자의 붕괴현상이 입자의 붕괴현상과 다르다는 점을 검증한 것이다. 벨 실험그룹은 지난해 7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선형입자가속기센터의 바바(BaBar) 실험그룹과 공동으로 약 700만개의 B-중간자쌍 붕괴실험을 통해 90% 확률로 이 현상을 규명했으며 지난번 발표보다 사례 수가 4배 더 많은 이번 실험결과를 토대로CP 대칭성 깨짐 현상에 대한 확정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기자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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