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올들어 日 무역흑자 46%나 급감

외국인들에게 무역흑자 없는 일본은 게이샤 없는 일본, 스모선수 없는 일본처럼 여겨질 것이다. 사실상 도쿄에 게이샤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스모도 축구에 점차 인기를 잃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무역흑자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5년내에 일본 무역흑자가 적자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일본 무역흑자 감소의 주된 원인은 일본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소비자들이 중국제품을 비롯한 싼 수입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본 후지리서치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수지우라 데츠로는 "일본이 분명 같은 방향(무역흑자 감소)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올해 일본의 무역흑자는 지난해대비 46%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흑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86년 4.1%에서 올해는 약 1%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는 부분적으로 비즈니스사이클에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경기의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미국인들이 일본제품 구매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일본경제의 구조변화, 특히 생산설비의 해외이전 때문이다. 마쓰시타전기는 지난해 총생산량의 6% 정도를 중국에서 생산했지만 오는 2005년까지 중국생산 비중을 25%로 늘릴 예정이다. 기타다이 고시 회장은 "이 길(중국생산)만이 저임금과 급속히 향상되는 기술력을 갖춘 중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국가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마쓰시타는 지난 10년간의 일본 경기침체가 해외생산및 수입에 훨씬 개방적인 경제구조를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예다. 일본은 오랫동안 일본자체의 독특한 경제원칙아래 운영되는 듯 보였다. 지난 1981년이래 해마다 무역흑자가 이어졌다. 무역흑자는 일본정부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막대한 적자재정 운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무역흑자로 인해 일본이 외국자본의 유입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무역흑자가 사라진다면 1997년 아시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등에 훨씬 취약해 질 수 있다. 물론 일본의 무역흑자가 사라질지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달러당 1백25엔대인 엔화가 1백40~1백50엔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엔화 평가절하는 일본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경제가 회복되면 일본 하이테크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일본 무역흑자는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던 1950년대 일본정부의 무역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일본정부는 수십년간 세금감면과 대출등으로 수출업체를 지원했다. 반면 수입은 "관세딱지"와 "복잡한 절차"등으로 억제해 왔다. 1980년대까지 일본의 무역장벽에 시달려온 미국은 "무역불균형" 시정에 온힘을 쏟았다. 대표적인 예가 1985년의 플라자협정이다. 이 협정으로 엔화가치가 높아졌고 일본 상품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됐다. 일본 소비자들도 외국의 값싼 제품을 찾게 됐다. 이후 무역흑자는 줄어들었고 도요타 등 주요 기업들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일본 무역흑자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들은 무엇보다 일본 국민들의 "애국적 소비형태"가 무역흑자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 ---------------------------------------------------------------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우존스사의 트레이드마크로 이 기사의 소유권은 다우존스사에 있습니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