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골프일기] 세명의 '할아버지 골퍼'

얼마 전 들은 세 명의 할아버지 골퍼 이야기다.

유성지역 한 골프장에 가면 ''3천원 할아버지''가 있다고 한다.요즘이야 캐디피가 7만~8만원에 육박하지만 20년 전에는 3천원이었다고 한다.

20년 전 골프를 시작한 할아버지.

그 분의 머릿속에는 ''캐디피는 3천원이다''가 박혀 있어서인지,아무리 사정을 하고 경고도 해 보았지만 막무가내로 3천원만 내고 가버린다는 것이다.그 할아버지에게 걸린 캐디는 그 날 하루 ''봉사하는 마음으로 3천원만 받는다''고 한다.

고집불통 할아버지에,마음 넓은 캐디다.

또 강원도 어디에 가면 ''평생 이븐파 할아버지''가 계시단다.그 분이 늘 주위에 자랑하는 것은 "나는 평생 이븐파만 쳤다"다.

타이거 우즈도 들쭉날쭉한 게 골프 스코어인데 평생을 72타,이븐파만 지켰다니 웬 골프천재란 말인가?

이븐파 할아버지의 정체.알고 보니 그 분은 18홀 중에서 딱 이븐파,72타를 칠 때까지만 골프를 친다.

72타가 되면 몇 홀이 남았건 가방을 싸버리는 것이다.

컨디션 좋을 때야 15번홀 정도까지 이르지만 평상시에는 12,13번홀에서 72타가 차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단다.

그 분,젊은 시절 이븐파를 한 번 쳐 보고,그 기쁨을 계속 누리고 싶어서라고도 하던데….

''3천원 할아버지''의 캐디와 비교해 ''이븐파 할아버지''를 만난 캐디는 입이 귀에 걸릴 일이다.

한 퍼블릭 골프장에는 유명한 ''새벽 할아버지''가 있다.

그 분과 함께 동반한 S선배가 이야기해 주었다.

75세도 훌쩍 넘은 그 분은 늘 새벽같이 퍼블릭 골프장에서 차례가 오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골퍼들은 나이든 분과 치면 불편하다는 생각 때문인지,카운터에 이야기해 할아버지와 치지 않으려고 한단다.

새벽에 오셨어도,그렇게 해서 순서가 밀려 점심 때가 다 돼서야 겨우 동반자를 만나 플레이한다는 것이다.

"괘씸한 젊은이들!"이라며 화를 낼법도 한데,그 분은 늦게라도 함께 쳐주는 동반자들에게 늘 감사할 뿐이라고….

20년 전에 시작한 골프,늘 네 명의 친구가 함께 했다고 한다.

골프를 몹시 좋아하는 네 명의 친구는 너무도 즐겁게 산으로,들로 골프를 치러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친구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고 딱 한 명만이 남았단다.

한 팀 네 명은 꾸려야겠고 할 수 없이 두 친구는 사모님들께 골프를 배우게 해 겨우 겨우 네 명을 맞췄단다.

그렇게 몇 년 골프를 쳤을까?

이젠 사모님도,친구 내외도 모두 세상을 떠나고 그 할아버지 혼자 남은 것이다.묵묵히 골프를 치던 그 ''새벽 할아버지'',하늘을 보며 말씀하시기를,"내 살아 생전 가장 큰 실수는 골프를 시작하면서 동반할 친구를 딱 네 명만 만들었다는 거야.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도록 후회되는 일이지….두 팀만 되었더라도 지금 이렇게 외롭진 않았을 것을…"

moon@golfsky.com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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