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산상봉] (눈길끄는 만남) '안준옥-정재갑 母子'

1일 오전 롯데월드호텔 1002호.

북에서 온 정재갑(66)씨는 방 한가운데 테이블 위에 선물을 늘어놓고 어머니와 동생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재갑씨가 가져온 선물은 워드카,들쭉술,백두산 절경이 담긴 내년도 달력,자신의 부교수증(평양 김형직 군의대학),초록색과 푸른색의 옷감 등이었다.

어머니 안준옥(88)씨는 북에서 성공한 아들이 대견한 듯 아들의 교수증을 한동안 들여다보다가 "이때만(8년전) 해도 어릴 때 모습이 남아있다.이걸 두고 가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재갑씨가 "이건 안되는데요"라고 난색을 표하자 어머니 안씨가 "장군님한테 늙은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가 다 됐다고 부탁해 보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안씨는 기쁨에 겨워 아들 손을 잡고 일어나 춤을 췄다.

그러다 갑자기 "50년만에 만난 내 아들아" 하며 참았던 눈물을 또 한번 쏟아냈다.

"하룻밤이라도 끼고 자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에 아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조금만 기다리세요.못다한 효도 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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