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투사 불법.편법] 감독 허술 .. '왜 판치나'

''진승현씨는 불법자금조달 창구로 왜 창업투자회사를 이용했을까''

진승현 MCI코리아 대표가 리젠트증권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중개루트로 이머징창투 등 계열 창투사를 활용한 것으로 밝혀져 이같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창투사는 본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내는 벤처캐피털.

그런데 진씨는 이 창투사를 인수해 벤처투자보다는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했다.

이에대해 금융계에선 창투사의 경우 신용금고나 종합금융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규정이나 감독이 허술한 탓이라고 분석한다.감독당국의 감시를 피해 대주주가 ''돈 장난''을 치기 쉬운 곳이 바로 창투사라는 지적이다.

우선 창투사는 설립 자체가 손쉽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실제 지난 3월까지만해도 창투사는 자본금 1백억원 이상에 대표이사가 신용불량거래자만 아니면 설립할 수 있었다.

물론 지난 4월 관련법 개정으로 전문인력이 3명이상 있어야 하고 자본금 조성내역을 밝혀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되긴 했다.

사채업자들이 출처가 불분명한 돈으로 창투사를 무분별하게 설립하자 뒤늦게 생겨난 제한조치였다.이렇게 쉽게 만들어진 창투사에 대한 감독규정도 허술하다.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에게 자금지원을 해선 안된다는 규정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 외의 자금조달이나 대출 등에 대해선 명확한 제한규정이 없다.

이머징창투가 리젠트증권 등으로부터 8백80억원의 거액을 조달해 MCI코리아에 대출했지만 감독규정 상으론 큰 문제가 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감독은 더욱 문제다.

지난 10월말 현재 전국에 인가를 받아 영업중인 창투사는 1백47개사.

그러나 이들 창투사를 감독해야 하는 중기청 담당직원은 5명 안팎.

중기청으로부터 감독업무를 일부 위임받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담당직원도 6명뿐이다.

이들이 1백47개 창투사를 관리하기엔 역부족인게 사실이다.

감독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창투사에 대한 전수조사는 1년에 한번밖에 못한다.

6개월 단위로 정기검사를 벌이지만 10여개사를 표본추출해 조사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일부 창투사들이 당국의 감독을 피해 불법과 편법 자금운용을 일삼고 있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 7월 중기청과 중진공이 12개 창투사를 추출해 조사한 결과 9개사에서 문제가 발견돼 시정조치됐다.

조사대상의 75%가 문제가 있었다는건 창투사의 문란한 현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특히 중기청이 창투사에 대한 위법사실을 밝혀내고도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관행은 큰 문제다.

물론 감독을 아무리 철저히 하더라도 계획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창투사를 어쩌겠느냐는 항변이 나올 수도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나름대로는 창투사들을 면밀히 감독하고 있다"며 "지난 7월 정기검사때 이머징창투의 문제를 잡아낸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했다.그러나 창투사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중기청이 감독까지 맡는 ''후진형 행정구조''에선 올바른 감독이 이뤄질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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