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대우차 인수 포기] 리콜에 펑크난 포드 중도하차

포드가 대우자동차 인수를 포기한 데는 리콜문제로 불거진 포드의 경영위기와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대우차에 대한 정밀실사 결과 두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15일 "포드가 미국 국내에서 포드차에 장착한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리콜문제와 엔진 결함을 장기간 은폐했다는 언론 보도 등으로 대우차 인수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포드는 최근 스포츠형 차 ''익스플로러''에 장착한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결함을 알면서도 숨겨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가급락과 신뢰도 하락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단순한 제품의 품질 문제가 아니라 회사 자체가 신뢰성에 치명적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포드 관계자들은 이번 리콜 사태를 ''재앙''으로 표현할 정도다.최근에는 지난 80∼90년대 엔진점화장치의 결함을 알면서도 은폐해 왔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고경영자인 잭 내이서 회장이 청문회에서 해명했으나 오히려 불신만 증폭시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포드가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유·무형의 비용은 천문학적 숫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포드는 최근 타이어리콜 발표이후 12% 이상 추락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2001년까지 50억달러를 투입,자사 주식을 환매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또 파이어스톤 타이어를 장착하는 3개 공장을 폐쇄하는 데 드는 비용도 약 2억5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수치일뿐 추락한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는 더욱 엄청난 비용이 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따라서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세계 1위 제너럴모터스(GM)를 따라잡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당장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포드는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주요인이라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우자동차에 대한 정밀실사 결과 당초 제시했던 70억달러를 지불할만한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드는 이날 발표에서 "포드는 대우차와 포드 모두를 위한 최선의 제안서를 낸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는 실사결과가 상당히 실망스러웠을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포드는 실제 쌍용자동차와 대우캐피탈을 제외하고 대우자동차만을 인수하는 방안을 막판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쌍용차는 벤츠와의 로열티 문제해결이 쉽지 않았고 자체 수익구조에도 문제가 있어 사실상 인수를 포기할 의사를 내비쳤다는 게 채권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우캐피탈도 국내에서 포드할부금융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인수할 가치가 별로 없다고 포드측은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대우자동차 자체에 대한 평가에서도 많이 지불해도 4조원 이상의 가치를 둘수 없다는 내부적인 입장을 정리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같은 평가가 나온 상황에서 대우차만 인수하거나 전체 가격을 현대자동차-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이나 GM이 제시한 가격보다 낮게 내는 것은 협상자체가 안될 뿐만 아니라 포드의 이미지에도 좋지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대우자동차에 대한 평가는 부차적인 이유일 뿐 역시 본사 자체의 위기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주요인으로 보인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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