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세계 CEO들] (8.끝) e트레이드 '캐시 레빈슨'

지난 5월25일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증권사 e트레이드의 여사장 캐시 레빈슨(44)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포브스지 선정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바 있고 금융관련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력을 갖고 있는 그녀의 갑작스런 퇴진은 관련 업계는 물론 미국의 직업여성계 전체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임의 명목상 이유는 "좀더 많은 시간을 사회 봉사활동과 지역사회 활동에 할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온라인 증권업계의 여걸''레빈슨이 사장자리에서 물러날 시점에 e트레이드의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99년 4월 54달러까지 치솟았던 e트레이드의 주가는 레빈슨이 사임을 발표하던 날 15달러에 불과했다.최고치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닷컴 붐에 편승,주가가 폭등했지만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주가는 천하의 여걸인 그녀도 견디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불투명한 영업전망은 그녀의 등을 더욱 떼밀었다.당시 한 분석가는 e트레이드의 2·4분기 매출액 및 순익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조정,회사의 주당순이익(EPS) 예상치를 종전의 0.01달러에서 0달러로 끌어내렸다.

이때 그녀는 향후 수익모델을 개발해 내는 기민함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고경영인의 최우선 조건 중 하나인 ''기업발전 전략''을 제때 내놓지 못했던 것.당연히 투자자들은 발길을 돌렸고 그녀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사임을 반기기라도 하듯 e트레이드의 주가는 이후 저점을 찍고 반등,현재 20달러를 육박하고 있다.

레빈슨의 불명예 퇴진을 불러온 직접적 원인은 이같은 주가폭락과 경영부진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

레빈슨은 e트레이드로 오기 전 찰스슈왑에서 무려 13년간 일했던 이 업계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아무리 실적을 중시하는 미국기업이지만 단기적 주가하락만을 이유로 해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그녀의 퇴진에는 개인적 이유도 있었다.

레빈슨은 동성연애자로 유명하다.

사장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그녀는 20여년간 동거해온 파트너와 결별,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너측의 결별이유는 레빈슨이 너무 바빠 충분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입양한 두 딸의 양육문제도 결별한 파트너와의 사이에 새로운 골칫거리로 대두됐다.갑작스레 닥친 집안문제로 회사일에 전념할 수 없었던 그녀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e트레이드열차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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