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저널] 美 CBS방송에 비친 장쩌민

유엔 밀레니엄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미국CBS TV 시사저널 ''60분''에 출연했다.

''60분''의 마이크 월러스 기자가 "당신은 독재자"라고 장 주석을 몰아붙였다. 불의의 습격을 받은 장 주석은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너무 황당해서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는 것 같을 때가 많다"고 응수했다.그것으론 부족했던지 "우리(중국)도 선거를 중시한다.

인민회의는 당 중앙위원들을 선출한다.

나는 그중 한 멤버에 불과하다.만장일치가 아니면 어떤 일도 가능하지 않은 게 중국인데 독재가 웬 말이냐"고 반격했다.

그렇다면 "왜 야당을 허용하지 않느냐"고 월러스가 다그치자 장 주석은 "야당이 왜 필요한가.

우리는 다르다.미국은 미국의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려 든다.

그건 현명한 일이 아니다.

중국은 거대한 나라이기 때문에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따라서 인민을 하나로 묶어 줄 일당체제 외엔 대안이 없다"고 단언했다.

"서방언론을 통제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장 주석은 "해(害)가 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한발 더 나아가 장 주석은 "중국에도 언론자유가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보다 ''낮은 개념''이어야 하며 또 국익과 합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러스는 집요한 기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톈안먼(天安門)사태를 빼놓을리 없다.

"혹시 인간 장쩌민의 뜨거운 가슴은 톈안먼소요 당시 탱크를 막아선 청년의 용기에 내심 수긍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파고들었다.

이에 대해 장 주석은 "의사표현은 자유다.

그러나 방종에 가까운 저항에는 동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쩌민 스스로가 민주·자유를 부르짖으며 상하이에서 반일(反日)학생시위를 주도하지 않았느냐"고 캐묻자,장 주석은 느닷없이 "학우들이여 봉기하라.조국사수를 위해"라는 노래를 불러댔다.

상하이 시위때 자신이 부른 노래였다.

"중학생이던 장쩌민이 링컨의 연설에 관심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월러스가 화제를 돌리자,장 주석은 신이 난 듯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영어로 외워대기 시작했다.

"그 연설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좋으냐"는 물음에 장 주석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부분과 연설의 마지막 부분, 즉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인민의 정부''를 특히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월러스는 파룬궁에 대한 중국당국의 탄압,웬호 리의 핵기술정보유출 사건,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에 대한 폭격, 중국의 대미(對美)정치헌금로비 등 민감한 문제들을 일일이 거론했다.

이에 대해 장 주석은 "파룬궁은 사교(邪敎)에 불과하고, 웬호 리는 순수한 과학자며, 중국대사관에 대한 폭격은 미국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인 것이었으며, 대미 로비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은 개방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서방의 일반시청자들이 중국지도자의 시각과 인간적 뒷면을 체험할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날 장 주석의 미국 TV회견은 10여년만의 일이었다.

그만큼 그의 TV 출연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지대했다.

이에 부응,CBS는 자유와 민주를 외치며 일본과 싸웠던 ''청년학생'' 시절을 회상할 줄 아는 감상적 장쩌민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링컨 대통령과 토머스 제퍼슨을 동경하며 게티스버그 연설을 통째로 외워대는 ''교사 장쩌민''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장쩌민의 인간적 모습 뒤에서 중국은 아직도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일당독재,제한적 언론,반 인권적 종교관,그리고 전체를 위한 일부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엄존할 수밖에 없는 사회라는 사실도 함께 보여주었다.이제 장쩌민을 통해 투영된 중국과 중국체제에 대한 평가는 미국 시청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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