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우먼] "회사키우는 보람에 휴일도 잊었어요"..허영옥

허영옥

소프트웨어업체 아이브릿지의 허영옥씨(25)는 어버이날인 지난 5월8일이후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일요일 공휴일과 휴가철에도 그녀는 밤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보고서에 매달려왔다.

그렇지만 일요일 출근이 즐거울 정도로 일에 푹 빠져 있다.

"신생기업에서 직접 조직을 설계하고 만들어가고 싶었어요. 지금 CEO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회사의 전략을 결정할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아요"

허씨는 자신의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이브릿지에서 맡고 있는 직책은 전략기획팀장.아이브릿지의 중국 베트남 진출전략과 2차 펀딩을 위한 사업계획서,21개 벤처기업과의 컨소시엄 프로젝트 기획 등이 모두 그녀의 머리에서 만들어졌다.

허팀장이 아이브릿지로 옮긴지는 겨우 5개월 남짓.

지난 98년 외환위기로 인한 취업난 속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간 산업은행을 마다하고 지난 3월 이 회사에 합류했다. 산업은행에서는 외환영업실에서 신용장 개설,무역금융 기획,해외거래처 관리업무 등을 담당했다.

당시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는 신용장 개설 업무가 마비된 상황이어서 요즘 못지않게 정신없이 일에만 매달렸다.

그녀가 벤처로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손으로 회사 진로를 설정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벤처로 옮긴 뒤 허씨가 맨먼저 겪은 어려움은 생소한 IT용어들이었다.

특히 에이전트를 이용한 검색엔진업체에서 EAI(기업 애플리케이션 통합)업체로 변신한 아이브릿지의 업무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약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4,5월 내내 사무실에서 B2B 관련 내용을 공부하며 기획안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깔끔한 정장 차림의 초기 모습은 부스스한 얼굴에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소탈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망가진 공주".

그러나 엄상문 사장으로부터 "우리 회사는 기술력도 뛰어나지만 기획력은 더 뛰어나다"는 말을 들을 만큼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이제 좀더 큰 시장에서 구상을 펼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1년후 아이브릿지가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이때가 되면 그녀는 세계 IT의 중심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허팀장은 "실무를 익히지 않고 이론만 배워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면서 "이곳에서 실컷 일해본 다음 MBA 과정을 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략기획가가 되기 위한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겠다는 것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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