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합병 '카운트다운'] (1) '기본원칙 제시 배경과 전망'

무수한 소문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은행 2차 합병이 이달말이나 다음달초면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달 하순께 은행합병에 관한 기본원칙을 발표할 예정이고 일부 우량은행이 다음달초 합병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은행합병에 대한 전망과 그 파장을 5회에 걸쳐 싣는다.

---------------------------------------------------------------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2일 은행장 조찬간담회에서 "정부는 은행 합병에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그럼에도 시장에선 여전히 정부의 2차 합병구도를 궁금해 하고 있다.

당사자인 은행에만 맡겨 놓기엔 은행 합병이 너무 중차대한 문제여서다.

자칫 판이 잘못 짜여지면 구조조정의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고 금융이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금감위가 합병대상을 짝짓는 시나리오 대신 기본원칙을 제시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합병분위기를 조성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합병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없애자는 취지다.

은행의 자율적인 분발을 촉구하고 각종 풍문으로 불안해 하는 시장과 은행 임직원들에게 시그널을 보내 금융시장 불안과 기업자금경색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금감위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합병에 대한 스스로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시장과 맺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위는 기본원칙 발표시기를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금융지주회사법 공청회가 열리는 15일 이후로 잡고있다.

정부가 이달말께 은행의 잠재부실이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한 만큼 그에 따라 은행간 자금이동이나 합병논의가 본격화될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5원칙의 내용은 크게 새롭다기 보다는 기본에 간간이 언급한 내용을 종합하고 보다 구체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정부가 인위적으로 은행을 짝짓기 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직도 시장에선 정부의 개입을 예상하고 있지만 최종 판단은 개별은행에 맡기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IMF 직후에는 부실은행정리라는 차원에서 정부가 직접 나섰다.

이제는 경쟁력있는 은행탄생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 파트너를 선택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에따라 우량은행간 합병을 적극 유도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은행끼리 합치라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을 방침이다.

2자 합병이든, 3자 합병이든 개의치 않는다.

다만 합병은 시너지효과가 최우선이란 점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엇비슷한 규모와 업무영역을 가진 은행들의 합병은 실익이 없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도 밝힐 방침이다.

또 우량+비우량은행간 합병은 검토하지 않음을 분명히 할 생각이다.

한때 이런 합병설이 흘러 나왔을때 시장이 냉랭한 반응(해당은행 주가급락)을 보였음을 금감위는 상기하고 잇다.

우량은행이 비우량은행을 합병했을 때 동반부실화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우량은행간 합병에는 합병관련 세제개선이나 후순위채 매입, 인터넷 뱅킹 등 신규업무 인가시 우대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은 금융지주회사로 묶겠다는 방침도 다시 천명할 계획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은 한빛 조흥 외환은행이다.

이들은 정부가 대주주이다.

상대적으로 정부 입김이 강할수 밖에 없다.

3개 은행을 하나의 지주회사로 묶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2개라도 지주회사로 묶는다는게 정부 구상이다.

다만 지주회사로 들어가면서 부실채권을 떼어내 배드뱅크(부실정리회사)를 세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주회사로 들어가는 각 은행은 서로 경쟁하게 되고 전문영역 위주로 특화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외환은행의 경우 국제업무로 특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궁극적으론 인력 조직을 순차적으로 통합해 2~3년뒤 합병을 겨냥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금감위가 꿈꾸는 리딩뱅크(선도은행)은 우량은행간 합병과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간 합병을 통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방은행에 대해서도 정부의 희망사항이 엿보인다.

6개 지방은행을 영남권과 호남권 각각 3개씩 나눠 양대 지주회사로 재편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지주회사 편입여부는 각 은행이 결정할 문제다.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은행으로선 대형화 겸업화 물결속에 독자생존이 쉽지 않은 만큼 선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합병이나 지주회사 탄생은 해당 은행의 선택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전망이다.정부는 은행의 합리적인 선택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이번에 기본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