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12월법인 결산주총을 보며

주주총회가 한창이다.

코스닥을 포함해 9백41개 12월 법인중 15일까지 1백60여개사가 주총을 마쳤고 오늘(17일) 3백여개사 주총이 열린다. 내주말까지면 12월 법인들의 99년 결산주총이 모두 끝나게 된다.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이번 주총에 쏠리는 관심은 높다 하겠지만 지난해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보인다는게 지금까지의 대체적인 평가다.

주가를 끌어올리라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논쟁은 올해도 치열한 설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회사정관을 개정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의 자격에 일정한 요건을 정하자는 회사측의 견해가 맞서는등 올해도 지배구조 문제는 적지않은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주주총회는 1년에 한번 전체 주주들이 모여 회사의 실적을 평가하고 새 회계연도의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외에도 배당액을 결정하고 장.단기 재무정책의 기본방향을 확정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논란이 적지않은 사외이사등 경영진을 구성하는 것이 주총의 고유 권한인 것은 물론 시대변화에 맞춰 사업목적 추가등 정관을 개정하는 기능도 당연히 주총의 몫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주총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된다고도 하겠지만 이들 목소리가 과연 생산적인 합의로 수렴될 수 있을 만큼 주총이 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시되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지배구조가 개혁된데 비해 주총에 임하는 당사자들의 태도와 시각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과도기적인 혼란상을 노정하고 있다는 분석들이다.

특히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장기업의 경우 회사의 장기 재무정책과는 상관없이 단기 주가상승만을 노린 무리한 주문이 쏟아진다거나 소액주주권한 강화에 편승해 경영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도 있는 요구조건을 걸고 실력행사를 벌이는 현상이 적지않다니 이는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유권자들의 탈선 못지 않은 위험한 일이라 하겠다. 회사 역시 무난한 주총 진행에만 관심이 있을 뿐 경영권을 위임해준 주주들과 더불어 회사의 장래를 토론하고 1년간의 경영성과를 평가받는다는 진지한 자세를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주총이 단순한 통과의례로 끝나지 않고 효율적이고도 생산적인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나 집행부 모두 해당 기업의 진정한 장기적 가치증대를 생각하는 보다 진지한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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