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 북한방문 결산] '무슨 얘기 오갔나'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은 지난달 29일 목란관에서 김용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과의 만찬을 끝낸뒤 꼬박 이틀을 백화원초대소에서 대기해야 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은 시간이 다 돼서야 통보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이야기를 토대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재구성한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이 잡힌 것은 지난 1일 오전 10시.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 서호초대소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준비를 서둘러 11시 평양비행장을 떠나 11시 40분함흥의 선덕비행장에 도착했다. 면담장소인 서호초대소에 도착해 20분 정도를 휴식한뒤 오후 1시 김 위원장을 만났다. 먼저 사진을 찍었고 1시간 동안 면담했다. 아태평화위 김용순 위원장과 송호경 부위원장이 배석했다. 면담 직후 1시간 30분간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때는 정 명예회장의 사진전담비서인 이은봉 과장(여)이 합석했다. 오찬에 앞서 가진 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서해안공단에 큰 관심을 보였다. 어느 나라에 수출할 것인지,무슨 제품을 생산할 것인지, 기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지를 물었다. 특히 공단 배후도시에 들어설 근로자들의 주택에 관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집을 짓기전에 미리 자신에게 보여 달라고 했다. 모델하우스를 말하는 것 같았다. 정 회장이 금강산사업을 설명하면서 휴게소와 공연장이 건설됐다고 말했고김용순 위원장은 교예공연이 인기가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이 온천장과 부두공사를 하고 있다고 했더니 김정일 위원장은 "1천명이 온천을 한다는데 물은 충분하냐"고 물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김용순 위원장 등 아태 관계자들이 현대를 알아야 한다"며 이들을 서울에 보내줄 것을 청했다. 김 위원장은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서울에 가보라"고 지시했다. 오찬 메뉴는 냉면이었다. 함흥냉면이 나왔다. 김정일 위원장은 "평양냉면은 모밀로 만들고 함흥냉면은 감자전분으로 만든다"면서 함흥냉면보다는 평양냉면을 좋아하는지 "평양에 가서 평양냉면을 많이 드시라"고 했다. 뱀장어도 나왔는데 남쪽과는 달리 찜으로 나왔다. 화제는 농구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이번 평양경기를 못봤지만 기술자(전문가)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남자는 벼락팀 평균 나이가 22세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랑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올 12월중으로 서울에서 농구경기를 하라"고 지시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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