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청오정보통신 '슬기방' .. PC 게임방

우나기, 하나비, 신세기에반겔리온, 원령공주, 짱구는 못말려(크레용 신짱),아무로 나미에... 신세대들에게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일본 대중문화 작품이나 가수의 이름들이다. 그러면 일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우리 문화는? 고작 김치 불고기 같은 음식 몇가지를 빼고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모순"에 도전해 우리 문화상품으로 일본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수"들이 있다. 청오정보통신의 한승문(36) 사장과 배진호(30) 이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청오정보통신은 몰라도 PC세대 젊은이들은 "슬기방"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으응"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슬기방. 국내에 70여곳의 인터넷PC 게임방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PC게임방 프랜차이즈다. 서울 신촌 연세대 앞의 신촌직영점은 지난 98년 10월 개설 당시 국내 최대의 게임방이었다. 슬기방 신촌점 이후 국내 PC게임방은 급속히 대형화 바람을 탔다. 슬기방이 뜬 것은 규모가 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슬기방엔 다른 게임방에 없는 사무전용 공간이 있었다. 이름은 "블루존". 게임을 즐기다가 문서작성이나 통신 등도 할 수 있도록 별도 칸막이를 설치해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청소년이나 대학생뿐 아니라 넥타이 맨 직장인들도 인터넷PC 게임방으로 불러들였다. 뿐만이 아니었다. 게이머(게임선수) 매니지먼트 사업에도 손을 댔다. 신주영 이기석을 비롯한 국내 정상급 프로게이머들로 슬기 프로게임팀을 만들어 체계적인 훈련을 도왔다. 선수마다 매니저를 붙여 세계 대회에도 참가시키고 출판사 비디오업체와도 연결했다. 동네 구멍가게 정도로 치부되던 "오락실"을 "매니지먼트 사업체" 차원으로격상시켜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청오정보통신에는 12명의 프로게이머가 직원으로 소속돼 있다. 일본시장 진출은 대형 PC게임방 개설과 매니지먼트 사업에 이은 청오정보통신의 세번째 "야심작"이다. 앞서 벌인 사업들보다 훨씬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메가톤급 프로젝트다. 일본 진출의 실마리는 간판 매장인 슬기방 신촌점이 풀어냈다. 1백여평 공간에 잘 꾸민 기업체 사무실을 연상시키는 실내, 대학생과 직장인이 주로 찾는 깔끔한 분위기 때문에 이 매장은 소문이 자자했다. 해외 컴퓨터.소프트웨어(SW) 업계 관계자들도 자주 찾는 명소였다. 지난 7월 일본의 한 아케이드게임(업소용 게임) 개발업체 관계자가 소문을듣고 이곳을 찾아왔다. 그는 신촌 슬기방을 둘러보고는 바로 합작회사 설립을 제안했다. 게임 천국인 일본에 슬기방과 같은 인터넷 PC게임방 체인을 만들면 대단한인기를 끌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현재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중이다. 지난 17일부터는 게임종합지원센터 주관으로 국내 10여개 업체와 함께 일본도쿄게임쇼에 참가했다. 여기서 또 한가지 가능성을 만났다. 게임지원센터 주선으로 일본 온천테마파크 개발업체 관계자를 모아놓고 사업설명회를 연 결과 집중조명을 받은 것. 일본에 수백개나 있는 온천휴양지 가운데 절반에만 인터넷 PC게임방을 설치해도 엄청난 규모다. 한승문 사장은 "일본은 가정용 오락기나 아케이드게임 등의 이용자층이 넓고 두터운 매우 큰 시장"이라며 "그들에게 PC게임의 참맛을 알게 한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올해안에 일본에 진출, 슬기방 체인점의 문을 열겠다는복안을 갖고 있다. PC게임방의 일본 진출은 "게임 종주국인 일본에 한국의 인프라를 수출한다"는 의미다. 돈을 버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한 사장은 강조한다. 청오정보통신은 이를 계기로 국내 사업방식도 크게 바꿀 계획이다. 친근하지만 단순한 느낌을 주는 지금의 "슬기방" 대신 "네텔(NETEL)"이라는이름으로 새출발할 계획이다. 네텔은 네트워크와 호텔의 합성어로 첨단 네트워크가 깔린 쾌적한 공간이라는 뜻. 네텔 브랜드를 내세워 2000년말까지 5백곳 이상(이중 2백곳은 PC 1백대 이상의 대형 매장)으로 가맹점을 늘려 인터넷 비즈니스를 펼칠 계획이다. 현재 국내 PC게임방의 하루 이용자 수는 1백만명. 이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이면 게임 채팅 등 대중성 높은 서비스는 물론 대규모 전자상거래 사업도 벌일 수 있다. 충분히 성공을 기대해 볼 만한 프로젝트다. 이 사업계획을 놓고 10월중 20억원 이상을 유치할 예정이다. 한승문 사장과 배진호 이사는 처남(배 이사)과 매부(한 사장)사이이기도 하다. 한 사장은 서울대 철학과 82학번, 배 이사는 연세대 경영학과 87학번이다. 96년 부산에 작은 PC게임방을 차려 슬기방의 모태를 만든 배 이사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PC 게임에 빠져 결국 게임사업으로 들어선 "마이웨이" 신세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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