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강산 경제기행] (8) '충남 한산장'..모시물량 80% 거래

"모시는 백옥처럼 희고 맑아 결백을 상징하기 때문에 입으면 의젓함이 나타난다"(고려 인종 원년 송나라 사신 서긍의 글). 순수와 고상함으로 인해 옛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모시. 그 모시의 최대 집산지이자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지금껏 모시의 대명사처럼 군림하고 있는 곳이 바로 충남 한산이다. 한산장.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마을에 서는 전형적인 5일장이다. 대전에서 승용차로 2시간은 족히 가야할 정도로 외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시장이라고 해야 30평 남짓한 장옥 몇개 있을 뿐이고 장이 안서는 평상시에는 장옥만 남아 초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한산장을 여늬 시골 5일장과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모시에 관한 한 "이곳밖에 없다"할 정도로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한산장은 시장 개시 전날 저녁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북적대기 시작한다. 몇 안되는 여관은 손님들로 가득차고 대포집에서는 밤새 세상 살아가는 얘기가 꽃을 피운다. 주고객이 60대에서 80대의 노인들인 것도 다른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풍경이다. 장이 서는 시간은 새벽 4시께. 장옥 여기저기에 매달려 있는 전등불이 하나둘 켜지고 모시조합 직원들은 모시의 품질을 검사하느라 바쁜 손길을 놀린다. 품질 검사가 끝난후 새벽 5시부터 6시까지는 필모시(짠 모시), 새벽 6시부터7시까지는 모시굿(모시실)과 태모시(모시풀 껍질에서 추출한 섬유질)가 거래된다. 모시장은 장 선지 두시간이면 파한다. 거래시간은 짧지만 거래물량은 만만치가 않다. 국내 모시 전체 물량의 80%가 이곳에서 거래된다. 나머지 20%는 판교장(서천군 판교면 현암리)에서 처리된다. 한산장은 고급품인 세저(가는 모시)와 중저(중간굵기 모시)가,판교장은 저급품인 막저(굵은 모시)가 주로 거래된다. 한산장을 통해 이뤄지는 연간 거래물량은 품질검사를 받은 규격품 5천여필과 비규격품 2천여필을 합쳐 모두 7천~8천여필에 이른다. 모시 생산 가구는 서천군 서천군 농가의 20% 정도인 2천4백여 가구.전업은 드물고 대부분 부업 형태다. 이들 농가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30억여원으로 가구당 소득은 1백30여만원 정도.지난 97년까지만 해도 3천5백농가에서 가구당 2백5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렸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편이다. 이는 최근 들어 국내산의 10분의 1 밖에 안되는 중국산 저가품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천군과 한산모시조합은 모시산업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중이다. 모자 손수건 찻잔받침 등 모시를 이용한 소품을 개발하는 등 상품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 93년 개관한 한산모시관엔 모시생산 시연모습과 각종 모시관련 자료 등을 갖추고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1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리는 모시문화제(5월)도 내년부터는 국제규모의 행사로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한산모시관 김영춘 관장은 "지난달 일본인 단체관람객이 방문해 대규모로 구입해갔을 정도로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다"며 "오는 손님만 맞이하는 전통적방식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국내외 마케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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