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경제백서-IMF 1년] IMF 찬바람 타는 '정치인'

최근 여의도는 여야 의원들의 후원회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후원회의 계절"을 맞아 북적대고 있는 것이다. 한해 중 후원회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긴 하지만 올해는 더욱 잦아졌다. 국회 의원회관의 경우 이미 연말까지 예약이 완료됐고 예년에 없던 점심시간을 이용한 "벼룩 후원회"행사도 열리고 있다. 많게는 하루에 5개의 후원회 행사가 한꺼번에 국회 주변에서 열리기도 한다. 이같이 예년보다 후원회 행사가 많아진 것은 경제난이 가중된데다 정치인 사정바람이 몰아쳐 "뒷돈"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때문이다. 게다가 김대중 대통령도 합법적인 후원회를 통해서 정치자금을 조달하라는 "엄명"을 내린 상태다. 국민회의 정균환 사무총장, 안동선 지도위의장, 자민련 김범명 환경노동위원장 등 여당 의원들도 너나 없이 후원회를 열었거나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실속이 없다는 게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최근 후원회를 개최한 한나라당 이우재 안택수 김문수 의원 등은 모금액이 크게 줄어들어 행사비용을 제하면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국민회의 양성철, 김옥두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야당 시절에 비해 모금액이 조금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구당 운영비와 각종 의정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만큼 충분한 액수는 아니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 중앙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국회의원 1인당 평균 후원금 모금액은 4천8백4만5천원선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평균인 1억9백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민회의 의원들은 그나마 지난해 1억2천만원에서 7천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한나라당은 1억1천3백만원에서 3천3백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야당의 설움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중앙당 차원에서 모금한 후원금도 지난해 각각 2백10억원과 10억7천만원에서 올해 2백70억원과 83억9천만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3백51억원에서 44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한달간 지구당 운영비만 보통 1천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등 세비로 살아가기가 거의 불가능한 "돈드는" 정치구조 하에서 의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때문에 의원들은 힘겨운 자구노력도 벌이고 있다. 우선 지구당 조직 축소 등 군살 빼기부터 시작했다. 국회 재경위원장인 한나라당 김동욱 의원의 경우 지구당 상근 당직자를 대폭 줄였고 인건비도 축소했다. 또 지역 주민들의 경조사 때는 1만5천원 범위내에서 앨범이나 향초를 보내주는 것으로 선물을 대신한다. 1만5천원 이상의 경품을 제공하면 처벌을 받도록 정치 자금법이 개정된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의원들이 대다수다. 한나라당 이신범 김영선 의원은 그랜저 승용차를 처분했다. 예전에 몰던 콩코드.크레도스 승용차를 직접 몰고 다니거나 아예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도 한다. 기사 월급과 주차.세차비용 등 매달 3백만원 이상이 절약된다는 설명이다. 자민련 김일주 의원처럼 직접 몸으로 때우며 지역구 활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각종 선물과 금일봉을 통해 지역구 민심을 파고드는 대신 직접 동네를 돌며 분무기를 등에 지고 방역작업 등을 하는 경우도 있다. 중앙당 차원에서도 힘겨운 구조조정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살림이 쪼들리는 한나라당은 전화 회선을 줄이고 외부로 통하는 직통전화를 거의 차단했다. 또 휴대전화를 아예 회수하는 등 소모성 경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문제를 가진 국회의원들이 "사고"를 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선량들은 경제난의 "한파"를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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