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책임은 감독부처에

정부출자 또는 투자기관의 경영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이들의 도덕적 해이현상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이다. 나라경제가 파산상태에 빠져 전국민이 실직과 감봉, 심지어는 파산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판에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접대비를 규정보다 몇배씩 쓰는가 하면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물러나는 임직원들에게 엄청난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의 행태는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IMF사태 이후 실직한 수많은 근로자들중에는 회사가 부도를 내고 쓰러져 밀린 급여와 법정 퇴직금마저 받지 못하고 거리로 내쫓긴 사람들도 적지않은 판에 국민들의 세금으로 엄청난 퇴직금을 준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6월말 5개 은행을 퇴출시킬때 지탄의 대상이 됐던 명예퇴직금은 이미 어느정도 시정됐지만 공기업의 지나친 퇴직금지출은 여전한 실정이다.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 임직원의 퇴직금은 민간기업 직원이나 일반 공무원의 퇴직금에 비해 2~3배나 많다고 한다.특히 지난 80년 국보위에서 지나친 퇴직금 누진율을 낮춘 뒤에도 많은 공기업들이 가령 10년 근무하면 28개월, 20년에 73개월, 30년에는 1백3개월치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과거의 퇴직금 누진율을 80년 이전 입사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부분 거액의 적자를 냈거나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정부 산하기관들인데도 이렇듯 퇴직금지급이 많은 까닭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외에 감독부처가 눈감아준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퇴직공무원의 낙하산 인사를 즐겨온 감독관청으로서는 산하기관의 구조조정과 내핍경영에 소극적이게 마련이며 임직원들은 감독관청의 느슨한 감독에 편승해 국민의 세금을 축내온 셈이다. 뒤늦게 국민들의 비난을 의식한 정부는 지난 17일 김종필 국무총리가 지나친 퇴직금지급을 막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데 이어 19일에는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이 공기업의 퇴직금 누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법정퇴직금의 축소는 단체교섭사항이므로 노조동의 없이 행정조치나 특별법으로 고치기는 쉽지 않겠지만 성과가 부진할 경우 기관장을 전면교체하고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결의를 밝히고 있으니 지켜볼 일이다. 공기업의 퇴직금 중간정산제 및 임의퇴직금제도 도입 등은 장기과제로 검토할 일이지만 이밖에도 공기업 임직원들의 급여체계를 성과급으로 바꾸고 산하기관의 책임경영을 촉구하는데 소극적인 감독부처에는 감독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현상에는감독관청의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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