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패션] 산업디자인 : '이미지가 경쟁력 좌우한다'

디자인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사람들은 디자인을 먹고 입으면서 산다"고 한다. 생활주변에 보이는 거의 모든 상품들이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치면서 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조명 요리기구 가구 등 생활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품의 역사는 디자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명은 1879년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한동안 어둠을 밝히는 존재에머물러 왔다. 1924년 독일 바우하우스의 빌헬름바겐헬트는 책상램프를 디자인, 조명이 가정에서 장식으로도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긴 관 모양의 형광등을 백열전구처럼 컴팩트하게 만든 CFL(컴팩트형램프)의개발에도 디자인의 역할은 컸다. 최근에는 광섬유를 이용한 조명기술이 개발되면서 디자인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우일신소재가 개발한 광섬유를 이용한 조명기술은 종전보다 훨씬 다양한 등기구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1개의 램프에 여러가닥의 광섬유를 연결, 화려하고 다양한 형태의 빛을 내도록 한다. 전기가 안 통하고 열이 안나서 시계 등과 결합할수도 있다. 옥외조명을 얼른 알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점들이 전문 디자이너의 도움을 구하면서 조명디자인은 실내에서 실외로까지 범위를 넓혀갔다. 식기류도 디자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세기초 유럽에서의 디자인운동은 칼 포크 찻잔에 디자인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1951년 핀란드의 카에 프랑크가 디자인한 킬타그릇은 종전의 세트구입 개념을 깬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색과 조화를 이루는 원색을 사용한 덕분이다. 디자인은 IMF한파를 이기는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행남자기의 본차이나 스트로베리 홈세트와 첨본자기 제품이 그렇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스트로베리 홈세트는 작년에 국내에서만 20억원어치가 팔렸다. 올 1.4분기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5억원정도가 팔렸다. 첨본자기의 커피잔 등은 수공으로 그린 화려한 그림 덕분에 매출이 전년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도자기류 제품매출이 IMF이후 10%정도 준것과는 대조된다. 최근 화의인가가 결정된 주방기기 업체인 셰프라인은 디자인의 힘을 빌려 회생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디자인의 할로겐레인지를 이달말 출시하는 것과 함께 "나이스" 상표로 클래드메탈로 만든 냄비와 압력솥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부엌가구업계에도 디자인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는 사례가 있다. 한샘이 편리성까지 감안해 디자인한 메이컵은 작년에 5백억원어치가 팔렸다. 올해엔 7백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있다. 한강상사의 구치나후드도 홍익대 양영완교수의 디자인을 통해 고급스런 이미지를 연출, 불황속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있다. 디자인은 생활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필립스탁이 디자인 한 레몬짜기는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드는 요리기구"로 유명하다. 화장실이 샤워나 목욕을 하는 기능적인 장소에 머물지 않고 화장을 하고 휴식을 취하며 독서를 하는 장소로 탈바꿈하는 것도 가구의 기능에 디자인의힘이 실린 덕분이다. 디자인이 집안 분위기뿐 아니라 사람들의 내적인 삶에까지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디자인이 세상을 지배하는 힘은 강하고 그 영역은 끝이 없다. 현대중공업의 미니굴삭기와 LG전선의 트랙터등 중장비에까지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고 있다. 세아실업의 전등달린 볼펜, 은성디벨럽먼트의 속눈썹성형기구, 펜타존의 노래하는 아기변기 등은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사례들이다. 앞으로도 디자인의 힘은 더욱 발휘될 것이다. 원룸의 확산과 실버시장등 환경변화에 맞춰 디자인이 틈새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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