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초대석] 임미선씨 .. 국내 음대 국악박사 1호

"국악에 대한 기존자료가 적어 연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국악이 재즈.록 등 대중음악과 마구 섞이고, 서양음악은 잘 알면서 국악은사물놀이밖에 모르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8월말 서울대 음대에서 "조선조 전정헌가의 문헌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는 임미선(37)씨. 한국학 전문 교육기관인 정신문화연구원을 제외하고 국내 음악대학에서는 국악박사가 나온 적이 없다. 그래서 임씨는 국내 음대가 배출한 국악박사 1호로 기록된다. 그의 논문주제인 "전정헌가"는 국립국악원의 전신인 조선시대 장악원 소속의 최고 궁중악단. 제례를 빼고 궁중가례, 신년하례, 세자책봉식 등 궁중에서 치러지는 각종 의례의 음악을 담당했던 연주단이다. 현재 국립국악원에서 자주 연주하는 "여민락" "보태평" "정대업" 등 궁중음악의 연주틀을 양식화했기 때문에 우리 전통음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영조때 나온 "만기요람"을 보면 궁중연회에 3만~4만냥 정도의 비용을 썼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4억원 정도 들여서 연회를 했다는 말이니 전정헌가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조선시대의 궁중악단인 만큼 전정헌가의 연주자들은 모두 남자였으며,규모는 80여명 정도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논문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갔다가 규장각도서를 보지 못하고 온데 대해 안타까와 한다. 그는 "규장각 도서를 한국에 반환한다는 말이 나온 다음부터 프랑스 도서관직원들이 한국인에게는 규장각 도서를 열람도 못하게 한다"며 "반환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장각 도서의 마이크로화작업, 한국인에 대한 열람허가등 기본조치가 더 급하다"라고 열띤 어조로 말했다. 그는 원래 가야금 전공으로 입학했으나 87년 국악이론으로 전공을 바꿔 10여년만에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현재 서울대, 경원대, 용인대에 출강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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