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물상 독특한 시각 형상화 .. 토니 크랙 한국전

현대조각계 거장인 영국작가 토니 크랙(78)의 작품전이 8월2일~9월3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503-7744)에서 열린다. 동양권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등 유럽지역과 미국 일본등의 유명미술관에 소장돼있는 조각 22점,판화 14점, 사진 27점, 드로잉 30점등 모두 93점. 토니 크랙은 재료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현대조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가. 과학도로 출발한 그는 과학이 소수전문가들에 국한된 편협한 분야인데다 원칙에 충실해야 하는 규격화된 학문이라는 점에 염증을 느끼고 미술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는 유치한 원색과 표면이 싸구려처럼 윤이 나는 폐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들어진 구상적인 스타일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있지만 실제로는 여러가지 재료만큼이나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쳐 주목을 받았다. 79년 첫 전시회를 가진 이후 지금까지 1백40여회에 이르는 개인전을 열어당대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친 작가로도 유명한 그는 인간의 삶의 토대인자연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형상화하면서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발표했다. 80년대초 발표한 "New Stones Newton"s Tone" "스펙트럼" 등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도시문명의 부산물인 쓰레기를 도입,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크랙은 또 때때로 다른 작가들의 기법이나 작품을 모방했는데 80년대작 "빌딩"은 폐품을 쌓아올리거나 일정하게 배열하는 칼 안드레의 기법에서 따온 작품이다. 일상적인 일들에서 만화가처럼 특징을 재치있게 꼬집어내 형상화하는 숙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또 일상적 삶을 시적으로 표현한 문학적 감수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연경관을 추상적인 형태로 옮긴 95년작 "나선형 회전 (Spyrogyra)"는 모래를 분사시켜 반투명의 파스텔조 색채를 입힌 6백개가 넘는 빈병들을 와선형의 철봉에 연결한 작품. 리드미컬한 느낌을 주면서 은은한 색감으로 다분히 시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이작품은 최근의 작품경향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78년부터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학교에 재직중인 그는 88년 터너상을 수상했고 94년에는 로열아카데미 회원이 됐다.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인간의 모형을 조합한 기념작을 제작했으며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도 참가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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