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일즈의 새 패러다임 .. 신정식 <현대정보기술>

신정식 얼마전 신문지상에서 자동차 판매왕을 수상한 한 영업소장의 세일즈 노하우에 대한 기사를 관심있게 읽은 적이 있다. 그가 다른 영업사원보다 수배에서 수십배 이상의 판매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고객에게 접근하는 독특하고 과학적인 세일즈 방식때문이었다. 그 영업소장이 혼자 관리하는 고객은 모두 1천6백여명. 그는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자동차 관련 유인물을 발송하고, 생일때에도 작은 선물을 보내는 것을 잊지 않는다. 또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회사 컴퓨터에 조회, 문제가 있는 고객에겐 완벽한 서류를 갖추기 전까지 절대로 차를 팔지않는다. 이런 고객관리를 위해 그에게 필요한 것은 고객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였다. 다소 초보적이지만 새로운 영업 패러다임을 수용한 적극적인 세일즈 수완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자동차 영업사원에게는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각종 사양을 제시하고,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에 정확히 맞는 제품에 대한 견적서와 제품을 그 자리에서 선보이는 영업방식이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이것은 인사, 재무, 회계분야와는 달리 그동안 정보기술의 사각지대라고 여겨졌던 영업이나 마케팅에도 새롭게 정보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현격한 매출 증대효과를 보고 있는 첨단 영업방식이다. 최근 미국에는 이러한 세일즈 방식을 정보기술 차원에서 지원하는 시장이 TES(Technology-Enabled Selling)라는 이름하에 급성장하고 있다. TES시스템은 GM, 크라이슬러, 보잉, 휴렛팩커드 등 자동차와 컴퓨터 제조업종에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고, 5백개 이상의 미국 기업과 약250만명의영업사원이 이 솔루션을 이용해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TES는 이런 수준에서 한걸음 나아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가상 유통망을 통해 고객이 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제품 사양을 취합하거나, 선택하고, 이에대한 견적까지 실시간으로 출력해 볼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동안 전산투자가 활발히 추진되었던 회계 생산 경영지원 분야가 일반적으로 3년 이상의 시스템 안정화 기간을 필요로 하는데 비해 TES 시스템은 도입한 당해년도의 경상이익에 즉각 반영될만큼 투자수익률이높다는 것도 미국 기업들이 TES를 선호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미국의 유력한 조사 전문기관인 메타그룹의 보고서는 이런 TES 솔루션과 관련된 시장이 올해 미국내에서만 약 7억달러, 2천년에는 100억달러 이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TES시스템이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요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Custom Foot"이라는 미국의 한 신발회사의 실례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이 회사의 영업 생산 배달에 이르는 과정은 정보기술의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먼저 영업사원은 스캐닝 작업으로 정확한 고객의 발 모양과 치수를 잰다. 고객이 색깔이나 가죽등급, 스타일 등 선호하는 사양을 PC를 통해 선택하면, 컴퓨터는 자동적으로 원하는 신발을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일단 완료된 주문은 네트웍을 통해 이태리의 현지 공장으로 보내지는 동시에 자동으로 신용을 체크해서 그 회사의 회계시스템과 연결시켜준다.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이 신발회사는 약 50%의 비용절감 효과와 함께 고객의 상품에 대한 불만을 크게 줄이고, 신뢰도를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다품종 소량체제로 생산방식이 변화하면서 수천가지 이상으로 조합이 가능한 옵션제품과 다양한 모델 등 제품의 사양이 매우 복잡하게 바뀌고 있다. 이제 세일즈맨은 그의 머리속에 회사의 카달로그를 기억해 영업하던 차원을벗어나 까다로운 고객앞에서 제품을 직접 디자이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바뀌어 가고 있다. 즉, 고객과 함께 제품을 구성하고, 고객이 제대로 선택할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방식으로 세일즈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유통시장의 개방에 맞춰 외국의 선진 유통전문업체가 하나 둘 씩 진입해 오고 있다. 이들 업체는 기존 영업의 노하우와 낮은 금리 등의 무기가 함께,정보기술을 통한 보다 선진화된 영업방식을 새로운 병기로 도입해 국내 기업과의 차별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무한 경쟁의 시장 환경하에서 기존의 낡은 방식의 영업전략으로는 해외시장진출은 고사하고,국내 시장까지도 외산 제품이나 외국의 유통업체에 내주기 십상이다. 이제 영업및 마케팅 분야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판매 전략에 대한 사고의 전환과 함께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세일즈 패러다임인 TES에 대한 관심과 이를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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