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문제투성이 성년 의료보험

1일로 도입 20주년을 맞은 의료보험의 현실은 한마디로 지극히 한국적이다. 짧은 기간내에 전국민을 대상으로한 의료보험체계를 구축한 외형적인 성장도 그렇고, 누구도 만족할수 없는 문제투성이인 내면도 그렇다. 현재의 의료서비스가 수준이하라는 것은 새삼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소득 1만달러, 언필칭 선진국대열에 들었다는 나라치고 종합병원 건강진단을 받으려면 몇달을 기다려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빼곤 없다. 최근 1년새 의료보험료는 32.1%나 올랐지만 막상 병원에 가보면 보험적용이되지 않는게 많아 의료비중 60%이상(외래환자 기준)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의료서비스의 수요자이자 의료보험 가입자인 국민들이 불만을 갖는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전국 2백27개 지역의료보험조합중 1백46곳이 만성적인 적자로 파산직전이다. 또 의사들은 의보수가가 원가보다 턱없이 낮게 책정돼 있다며 기회있을 때마다 이를 재조정해달라고 요구하고있다. 작년 한햇동안 하루평균 2.5개의 의원과 매달 2개의 병원이 문을 닫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사들의 요구도 결코 탓하기만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불만인 오늘의 의료현실이 빚어지게된 원인은 따지고보면 간단하다. 전국민에게 의료보험혜택을 주겠다는 "정치적 논리"가 비용에 대한 검증없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의료업도 하나의 산업이고 보면 그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는 일이나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모순이 빚어졌다고 볼 수 있다. 1인당 의료기관 이용건수가 77년 0.281건(약국제외)에서 96년 4.902건으로17배나 늘어난 것만으로도 의료보험이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것은 분명하다. 의료보험에 대한 국고지원도 77년 3억여원에서 96년 8천7백억원으로 증가했으니 정부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의료현실이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산업으로서의 의료업이 다른 업종과는 달리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라는 점에서 의료보험제도의 개선은 시급하다. 지역조합의 재정적자를 해소하기위해 직장조합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이는 바람직한 대책이 아니다. 소득이 전액 드러나는 봉급생활자와 그렇지 않은 소득자간 "부담의 모순"을 세제에서 의료보험으로까지 확대하려는 것은 비논리다. 우리는 공공보험으로서의 의료보험제도개선, 예컨대 포괄수가제및 상대수가제도입 등도 검토해봐야겠지만 이와 함께 고급의료수요를 충족시킬수 있는 의료 사보험도 허용할 때가 됐다고 본다. 비싼 수가가 적용될 첨단의료서비스까지 보장할 사보험에 대해서는 위화감조성등 반론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의료보험이 의료서비스의 질적 개선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고 이를 해결할 방안이 시급하다는 것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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