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통신업계 '한국인 돌풍'..특유의 배짱/창의력 발판

"한국인을 주목하라" 정보통신업계의 본고장 미국에서 한국인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김윤종 강신학 손영권 정구영 이승엽 김인곤 이대범 이일복씨. 이들은 한국인 특유의 배짱과 창의력, 현지에서 몸으로 익힌 철저한 기업가 정신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경쟁기업들을 제치고 미국 정보통신업계의 신데렐라로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네트워크장비를 만드는 자일랜사의 김윤종(미국명 스티브 김)사장. 그는 현재 미국 젊은이들에게 가장 선망받는 벤처기업인이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아메리칸 드림" "월스트리트의 총아"로 불릴 정도로 자일랜을 일류업체로 만들었다. 93년 벤처캐피털로부터 1천만달러를 지원받아 LAN(구역내통신망)장비를 내놓으며 업계에 데뷔한 김사장은 세계 6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95년에는 2천8백만달러, 지난해에는 1억3천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0년께는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해마다 두배씩 껑충 뛰는 자일랜을 보고 현지인들도 "제2의 네트스케이프"라는 칭송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애플"이라는 아성을 매콤한 "파워"로 흔들고 있는 파워컴퓨팅사의 강신학(미국명 스티브 강)사장. 그는 매킨토시 호환기종 컴퓨터시장에서 애플에 맞서 값싸고 성능 좋은 클론(호환기종)제품을 3~6개월단위로 잇따라 내놓으며 창업 2년만에 미국 매킨토시 시장의 10%를 접수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안에 파워컴퓨팅사가 애플에 견줄만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사장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파워컴퓨팅사를 2000년안에 IBM호환기종시장을 포함해 세계 5위 컴퓨터메이커로 키운다는 당찬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제조업체인 미국 퀀텀사의 손영권(41)사장은 이 회사 차세대 CEO(최고경영책임자)로 유력한 인물. 73년 15세의 나이로 도미한 손사장은 펜실베이니아대학 전기공학과와 MIT공대에서 경영학석사를 수료한 후 인텔과 휴렛팩커드에서 경영기반을 다졌다. 현재 퀀텀사는 세계 전체 데스크톱PC용 HDD제품의 31%를 공급하고 있으며 그는 퀀텀을 세계 1위의 HDD업체로 만들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소프트웨어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국계 개발자 정구영(미국명 에드워드 정.33)씨. 그는 MS의 핵심개발자 12인중 한명으로 차세대 운영체계인 "카이로"를 창안, 개발을 주도했으며 현재 MITV(마이크로소프트 인터랙티브(대화형) TV)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 역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중 하나다. 이외에도 고졸출신으로 19세에 도미, 맨주먹으로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를 일궈낸 AIO사의 김인곤 사장, 비디오카드 제조업체로 유명한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사의 허형회 사장, 반도체칩 개발업체인 실리콘이미지사의 이대범 사장, 네트스케이프사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개발담당 매니저인이승엽(미국명 슝리.27)씨 등도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한국계들이다. 이들이 세계 정보통신업계 브레인들의 각축장인 미국에서 매운 고추맛의 진가를 맛보여줄 날이 언제인지 그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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